(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의 공식 통계 조사기관인 투르크스탯은 3일(현지시간) 지난달 물가가 2020년 12월과 비교할 때 36.0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2년 9월 이후 최대치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비는 연간 43.8% 상승했으며, 교통비는 53.66% 급등했다.
터키는 만성적인 고물가에 시달려왔으나, 최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가 오르고, 외국환 대비 자국 화폐의 가치는 하락한다.
그러나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9월부터 넉 달 연속 금리를 인하했고, 9월에 19%이던 기준금리는 현재 14%로 떨어졌다.
리라 가치는 지난 달 1달러당 18.36리라까지 급락했으나, 현재는 1달러당 13.5리라 선까지 반등했다.
지난해 초 1달러당 7.4리라 선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리라 가치는 1년 사이 45%가량 하락한 것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공개적으로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으며,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미 여러 차례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한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는 해외 투기성 자본의 배만 불릴 뿐"이라며 "저금리로 생산과 수출을 뒷받침하면 물가가 낮아지고 결국 리라 가치도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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