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사령관 2주기 추모식…"차근차근 가혹하게 미국에 복수할 것"
7만명 수용 예배당 인파로 가득…지도부 참석해 반미 성전 의지 다져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사형시킨다고 해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을 보상할 수 없습니다. 그가 정말 그립습니다."
3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2주기 추모식에 온 시민 에터알더 케셔바르스(52)씨가 애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 손에 이란 국기를 다른 한 손에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진을 든 케셔바르스씨는 연합뉴스에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용기와 저항 정신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추모식이 열린 '그랜드 무쌀라 모스크'에는 솔레이마니를 기리기 위해 시민 수만 명이 운집했다.
7만명 수용이 가능한 예배당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일부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은 예배당 밖에서 TV 중계 화면을 지켜봤다.
마스크를 착용한 행사 참가자들은 이란 국기를 흔들며 "미국 타도", "이스라엘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추모 공연이 시작되자 군복을 입고 온 한 청년은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부모 손에 이끌려 나온 어린아이들도 솔레이마니의 사진을 들고 울먹였다.
검은색 차도르를 입고 나온 여성들은 행사장 뒤편에 마련된 구역에 모여 추모에 동참했다.
보수적인 사회 관습상 이란에서 열리는 운동경기나 대중 행사에서 남성과 여성의 자리는 구분한다.
추모식에는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이란의 최고위급 인사가 모두 참석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추모식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한 미국은 명백한 범죄 국가"라면서 "트럼프를 법정에 세우지 않으면 전 세계 무슬림들이 우리 순교자를 위한 복수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딸 제이납 솔레이마니는 "적들(미국)은 가짜 뉴스와 음모로 아버지의 명예를 훼손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오히려 그를 더욱 위대하고 사랑받는 인물로 만들 뿐"이라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손이 피로 물든 적(미국)들에게 가혹한 복수를 행할 그 날까지 차근차근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적인 대중 행사에서 여성이 대표 연사로 나서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2년 전인 2020년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당시 미국 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했다고 발표했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란에서 정치·종교적 성향을 넘어 비교적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다.
사담 후세인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1980∼88년) 당시 사단장으로서 혁혁한 공을 세워 명성을 얻은 뒤 1998년 쿠드스군 총사령관에 임명돼 20년간 이 자리를 지켰다.
이란에선 영웅 대우를 받아온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반대로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는 '눈엣가시'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혁명수비대 가운데서도 쿠드스군을 테러리즘 지원의 핵심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2주기를 맞은 이날 테헤란 시내 곳곳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기리는 광고판과 검은 깃발이 곳곳에 설치됐다.
테헤란 시민 호세인 모스키(32)씨는 "그(솔레이마니)는 우리의 형제였다"면서 "가족을 잃은 우리에게 복수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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