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일보 "우리에 대한 기소, 정부에 달려있어"
![](https://img.wowtv.co.kr/YH/2022-01-05/AKR20220105040500074_03_i.jpg)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 언론계에 공포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매체가 자진 폐간했다.
홍콩 경찰이 지난달 29일 입장신문에 대해 압수수색과 체포 작전을 펼친 이후 자진 폐간을 발표한 두 번째 언론 매체이자, 빈과일보를 시작으로 6개월 사이 4번째로 문을 닫는 사례다.
5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홍콩 온라인 매체 전구일보(癲狗日報·매드독데일리)는 전날 밤 폐간을 발표했다.
이 매체를 운영해온 전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 레이몬드 웡(黃毓民)은 자신의 유튜브채널 '마이라디오 홍콩'을 통해 전구일보의 모든 콘텐츠를 삭제하고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만으로 이주한 웡 전 의원은 "홍콩에 여전히 언론의 자유가 있다면 우리는 선동적으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에 대한 기소가 전적으로 정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국이 입장신문(立場新聞)에 게재된 기사들을 선동적이라고 여긴다면, 우리 매체도 분명히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이라디오 홍콩'도 잠정 폐쇄한다면서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고 여러분은 스스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안전한 곳에 있고 매일매일 (홍콩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며 "그러나 홍콩의 직원들은 매일의 일상에 대해 걱정해야 하고, 나는 그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구일보는 1996년 중국어 일간지로 창간했다가 2년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20년만인 2018년 온라인 매체로 재창간한 전구일보는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현장 생중계를 통해 명성을 떨쳤고, 웡 전 의원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치인들과 정부 비판 대담을 진행해왔다.
다만 현재 전구일보의 직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RTHK는 전했다.
웡 전 의원은 홍콩 야당인 사회민주연선(社會民主連線)의 초대 주석으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입법회 의원을 지냈고 2017년 정계 은퇴했다.
![](http://img.yna.co.kr/etc/inner/KR/2022/01/05/AKR20220105040500074_05_i.jpg)
앞서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지난달 29일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을 압수수색하고 홍콩 당국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기사를 보도한 혐의로 총 7명을 체포했다.
선동죄는 홍콩국가보안법의 죄목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홍콩 당국은 영국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후 수십 년간 거의 적용하지 않았던 형사조례의 선동죄를 꺼내 들어 빈과일보와 입장신문 간부들을 기소했다.
선동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홍콩달러(약 76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홍콩 민주 진영을 대표해온 직원 40여명의 입장신문은 경찰의 급습을 당한 당일 바로 자진 폐간을 발표하며 5년 역사를 마감했다.
![](http://img.yna.co.kr/etc/inner/KR/2022/01/05/AKR20220105040500074_04_i.jpg)
그러자 나흘 후 또 다른 온라인 매체 시티즌뉴스(衆新聞)가 갑작스럽게 자진 폐간을 발표하고 4일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데이지 리 시티즌뉴스 편집국장은 지난 3일 폐간 기자회견에서 "입장신문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과 체포를 지켜보며 폐간을 결정했다"며 "언론계 불확실성 속에서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데 더는 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국의 모호한 법 집행에 따른 두려움으로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두 온라인 매체의 폐간은 홍콩의 언론 자유나 홍콩국가보안법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람 장관은 "그들은 스스로 폐간을 결정했다. 또 시티즌뉴스의 경우는 당국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홍콩 정부가 하는 일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 아니며 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홍콩에서 언론의 자유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언론인과 언론매체는 우리처럼 법을 준수해야 하며 법을 준수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면 결단을 내리고 필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