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대화 위해 제재 완화하거나 공동군사훈련 축소 안 돼"
"쿼드 참여, 미중간 균형잡기 분수령…청와대가 원하는지는 몰라"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강하게 추진 중인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관련, "종전선언으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워싱턴타임스 재단이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종전선언은 평화 협상이 아니다"라며 "정전선언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을 지키기 위한 의무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 생화학 및 재래식 무기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나는 항상 우리가 종전선언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정전선언이라 불리고, 수십 년 동안 잘 작동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의 위협에 대응력을 약화하는 것을 대가로 북한과 대화에 나서서는 절대 안 된다"며 "대화와 군사적 대비는 반드시 함께 가야 하며, 이상주의는 현실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게 하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거나 공동 군사훈련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 강하게 동의한다"며 "이것(제재 완화나 군사훈련 축소)은 실패로 가는 확인된 길"이라고 지적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북한과 대화 전망에 대해서도 "장밋빛 시나리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둡고, 매일매일 한층 어두워지고 있다"며 비관론을 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을 협상에 나서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들에게 달린 문제"라고도 했다.
그는 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언급, "북한이 하노이에서 위대한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그와 같은 또 다른 기회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무게감을 키우고 있는 미국·일본·인도·호주 간 비공식 협력체 쿼드(Quad)의 확대와 관련해선, "나는 쿼드를 매우 좋아한다. 쿼드를 키워야 한다"며 "쿼드에는 어떤 '게이트키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쿼드 참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놓고는 "한국 정부는 동맹인 미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한다"며 "그것이 분수령(tipping point)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쿼드뿐 아니라 중국의 인권 문제 등 다른 분야에서 한국이 움직이기를 바랬던 기회들이 있었다.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할 수도 있었고,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참여할 수도 있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약한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앞서 유엔총회는 지난 12월 16일 본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는데, 한국 정부는 결의안 채택에는 찬성했으나 공동발의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어 해리스 전 대사는 "한국 내에 쿼드 참여를 요구하는 사람과 그룹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청와대가 이것을 원하는지는 모르겠다"며 "그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일 관계를 놓고도 "도쿄 올림픽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지 않았고, 정상회담도 열리지 않아 실망했다"며 "기회를 잃은 것이다. 3월 대선 이후 잃어버린 기회들이 다시 상기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그는 지난해 1월 자신의 이임 이후 1년 가까이 주한미국대사 자리가 공석인 것을 언급, "여전히 내 자리를 대체할 대사 후보가 없다"며 "안보의 핵심 동맹이자 주요한 경제 파트너, 글로벌 강국인 한국에 대사 후보가 없다. 당장 후보를 임명해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인 출신으로 미군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해리스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미국대사에 발탁, 2018년 7월부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1년 1월까지 재임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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