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연료가 폭등 항의시위 격화…"시위 진압 보안요원 사망"(종합2보)

입력 2022-01-05 22:41   수정 2022-01-06 13:47

카자흐, 연료가 폭등 항의시위 격화…"시위 진압 보안요원 사망"(종합2보)
알마티 시청사·대통령 관저 피격…4개 지역에 비상사태, 내각 총사퇴
새해들어 차량용 LPG 가격 2배로 뛰며 시위 촉발…"190여명 부상"



(모스크바·알마티=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상욱 통신원 =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에서 새해 연초부터 연료 가격을 포함한 주요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져 내각이 총사퇴하는 등 정국이 혼돈에 빠졌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시위 사태가 심각한 최대 도시 알마티와 수도 누르술탄(옛 아스타나) 등 4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통금 조치를 취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알마티에선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시청 청사와 대통령 관저 등에 난입하고, 다른 일부 도시들에서도 시위대가 관청을 공격하는 등 비상사태 선포에도 혼란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가운데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 토카예프 "보안요원 사망…단호히 대처하겠다"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시위 사태로 보안요원들 가운데 사망자가 발생했다"면서 "이제부터 당국은 위법자들에 대해 최대한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상사태와 관련해 이날부터 지금까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이끌던 안보위원회를 직접 지휘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서부 카스피해 연안 유전지대인 망기스타우주(州)에서 처음 시작된 시위는 이후 전국 주요 도시들로 번져 이날 현재 카자흐스탄 경제 중심 도시 알마티에서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5일 새벽 알마티 시민 수천 명이 도심 간선도로를 점거하고 가두 행진을 벌이다 최루탄과 섬광탄을 쏘며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알마티 도심에는 검게 탄 차들이 나뒹구는 가운데 장갑차와 진압 병력 등이 배치됐다.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되고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주알마티 한국총영사관은 비상사태 선포 직후 교민 안전 공지문을 연락망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달하고 시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 시청사 불나고 대통령 관저 점령 당해
이날 새벽부터 도심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시위대는 알마티 시정부 청사의 출입문과 창문 등을 부수며 안으로 난입했다.
시위대는 저지하는 경찰을 폭행했으며, 인근에 있던 경찰차들은 공격을 피해 도주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시위대의 청사 난입 이후 건물에선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알마티 시내에 있는 대통령 관저로 몰려가 건물을 점령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관저 주변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섬광탄 폭발음과 사격 소리가 들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알마티와 누르술탄에선 이날 낮부터 인터넷 통신과 전화가 두절됐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일부 TV 방송도 송출을 중단했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알마티시 보건국은 이날 130여 명의 경찰과 50여 명의 시위대를 포함해 약 19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지 치안당국은 "극단주의자들의 불법 행동으로 시위과정에서 여성과 노인을 포함해 500명 이상이 극단주의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또 "구급차와 소방차를 포함해 120대의 자동차가 불타고, 상점 120 곳, 대중식당 180곳, 사무실 100여 곳이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밖에 서북부 도시 악토베에서도 시위대가 시 정부 청사로 난입했으며, 북부 도시 코스타나이와 페트로파블롭스크, 북동부 도시 파블로다르 등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 내각 총사퇴, 일부지역 비상사태 선포
토카예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전국적 시위 사태와 관련 아스카르 마민 총리가 이끄는 내각 사퇴안을 수리하고, 알리한 스마일로프 제1부총리를 총리 권한 대행에 임명했다.
그는 다만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기존 정부가 계속 업무를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또 이날 새벽 시위 사태가 가장 심각한 남동부의 알마티시와 남서부 망기스타우주에 오는 19일까지 2주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대통령은 뒤이어 알마티시 외곽 알마티주와 수도 누르술탄으로 비상사태 지역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선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파업과 집회 및 대중행사 등이 일절 금지되며, 도시 출입도 제한된다.
대통령은 비상사태 조치의 일환으로 사회질서 유지, 국가기간시설 경비, 검문검색 강화 등을 명령했다.
또 향후 6개월 동안 휘발유와 디젤유 및 주요 상품 가격에 대한 정부 통제를 도입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동시에 아파트 관리비 인상 동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주택 임대료 보조,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펀드 조성 등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 연료가격 인상이 도화선
카자흐스탄 내 대규모 시위 사태는 새해 들어 카스피해 연안 유전지대인 망기스타우주 주도 악타우와 다른 도시 자나오젠에서 차량용 액화천연가스(LPG) 가격이 2배로 인상된 데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지난 2일부터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촉발됐다.
이후 시위 사태는 알마티, 수도 누르술탄, 중부 카라간다, 서부 아티라우, 북서부 우랄스크, 남부 심켄트 등 전국 주요 도시들로 번지면서 확산했다.
시위대는 가스 가격 인하 외에 복지 개선, 내각 사퇴 등을 요구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4일 망기스타우주의 가스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하며 시위대를 달랬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 사태에 대해 지난 2019년 물러난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 세력의 장기 독재와 전횡,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악화한 경제난 등에 대한 국민의 누적된 불만이 에너지 가격 인상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almatykim6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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