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앞바다는 역대 1월 중 가장 따뜻해져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지구온난화로 반수생 설치류인 비버가 점점 북진해 북극 깊숙한 곳에서도 출몰하면서 과학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알래스카에서 비버의 확산을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북극 동토대(툰드라)의 기온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상승함에 따라 비버들이 예전에는 살 수 없었던 북극 최북단까지 진출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알래스카대학의 생태학자로 이번 연구를 공동 집필한 켄 테이프 교수는 "알래스카의 일부 지역은 50년 전에는 비버의 흔적이 아예 없었지만 현재는 비버로 포화상태"라며 "캐나다와 러시아에 있는 나머지 북극으로까지 비버가 향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변화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극지비버관측네트워크와 연계된 국제 연구진이 1949년까지의 항공사진이나 위성이미지, 당시 기록 등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비버가 극지방에서 강과 개울을 막아 만든 연못은 1만2천여개에 불과했지만 이 숫자는 지난 20년간 2배로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통계는 비버의 극지방 서식지가 최근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최근 몇년 간 북극해 기온은 지구 평균의 3배나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고, 북아메리카 비버는 북진과 서진을 계속해 이제는 알래스카 서부 해안에서 뻗어 나온 큰 땅덩어리인 시워드반도의 상당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강과 개울을 막는 습성을 지닌 비버들로 인해 강의 범람이 잦아지며 이제 알래스카 원주민 공동체도 비버 개체수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북부와 서부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비버는 5만∼10만 마리로 추정된다.
앵글리아 러스킨대학의 헬런 휠러 연구원은 "비버의 북극 확산이 환경과 그곳에 거주하는 원주민 공동체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비버들이 만든 댐이 수질과 댐 하류 물고기 등에 주는 영향에 대해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비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더 짧아지고, 식물 섭취가 더 용이해짐에 따라 북극 더 깊숙한 지역으로의 진출이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버가 강을 막음으로써 생기는 웅덩이로 북극에 국지적인 해동 지대가 생성돼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북극 동토층의 해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테이프 교수는 "비버에 의해 만들어진 웅덩이들은 열을 더 잘 흡수해 그 일대의 수문 지형을 변화시키고, 동토층은 이에 반응한다"며 "비버가 기후 변화의 효과를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알래스카 북부를 가로지르는 브룩스레인지 산이 비버의 북진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강을 따라 북쪽 해안으로 향하는 비버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는 남반구에서도 기후변화의 후유증이 뚜렷이 감지된다.
가디언은 최근 남반구의 해수가 유례없이 데워지면서 호주 시드니 연안의 해수 온도가 역대 1월 최고치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고 4일 전했다.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시드니 연안의 해수 표면 온도는 현재 예년보다 3도나 상승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나 서퍼들은 이곳의 바닷물이 1월 초가 아니라 한여름인 2월이나 3월의 수온처럼 느껴진다고 입을 모은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해양학자인 모니냐 루건은 "역대 가장 뜨거운 바닷물이 약 200㎢의 구역을 덮고 있다"며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시드니 연안의 해수 온도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 1월 최고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루건 교수는 이례적인 해수 온도 상승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 배후 온도의 상승, 라니냐 현상, 대기 상태 등 3가지 요인을 꼽았다.
그는 이 같은 해양 열파가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드니 매쿼리대학 해양 생태학자인 롭 하코트 교수는 이와 관련, 따뜻해진 해수를 타고 타이거상어 등을 비롯한 낯선 해양 생물이 남쪽 해역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