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최악의 경제난에 허덕이는 지중해변 중동 국가 레바논의 화폐가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레바논 암시장에서 1달러를 구하려면 3만 레바논 파운드를 지급해야 한다.
1997년 이후 유지돼온 고정환율은 달러 당 1천507파운드다.
따라서 현재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고시된 환율의 2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셈이다.
세계은행(WB)이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불황으로 규정한 경제난에 허덕여온 레바논은 지난해 9월 출범한 새 정부가 2년 만에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재개했다.
그러나 레바논 관리들은 아직 구체적인 협상안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이달 중순께 IMF와 협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는 레바논 정치권이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비롯한 IMF측의 강도 높은 개혁 요구 수용에 합의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 아랍국가와 관계 악화로 수출길까지 막혀 경제난을 가중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의 책임자 조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 속에 정부는 지난 10월 이후 각료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레바논은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 후 종파 간 세력 균형을 이유로 독특한 정치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권력분점이 낳은 정계의 부패와 무능은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2019년 본격화한 경제 위기는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라는 악재를 만나 골이 깊어지면서 레바논을 국가 붕괴 직전의 위기로 내몰았다.
특히 대폭발 참사 후 새로운 내각을 꾸리지 못해 13개월간 국정 공백이 생기면서 화폐 가치가 폭락했다.
화폐가치 하락으로 연료와 의약품 등의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레바논 주민들은 만성적인 전기 및 연료 부족에 시달려 왔으며, 생필품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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