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보호와 신속 대응에 무게 두기 시작한 듯
보건부 고위관리 "고위험군 보호 목적 중대 변화…확진자 수 덜 본다"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이 오미크론 변이 중심의 코로나19 5차 유행 와중에 진단 지침을 유전자증폭(PCR) 검사 중심에서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항원 검사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 보건부가 오는 7일부터 적용하기로 한 새로운 코로나19 진단 지침에 따르면 PCR 검사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만 적용된다.
60세 미만의 건강한 사람들은 확진자와 접촉했더라도 항원 검사만 받는다. 백신 접종자는 검사소에도 가지 않고 집에서 항원 검사 도구로 자가 진단을 한다.
자가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검사소에서 다시 항원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으면 열흘간 격리한다. 격리 해제도 재검사 없이 의사 진단에 따라 이뤄진다.
PCR 검사란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에서 리보핵산(RNA)을 채취해 배양한 뒤 진짜 환자의 RNA와 비교해 확진 여부를 판정하는 방식이다. 결과를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정확도가 높아 그동안 공식적인 진단에 사용해 왔다.
반면, 항원 검사란 검체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반응하는 항체가 담긴 진단기에 넣어 확진 여부를 판단한다. 대략 30분 내외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스라엘 보건부 내놓은 진단 지침 변경 사유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검사 수요가 폭증하면서 검사소가 안게 된 과부하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진단 방식 변경은 단순히 검사소의 과부하 해소 이외에 아주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항원 검사 위주로 진단 시스템이 바뀐다는 건, 그동안 코로나19 대응에 쓰여온 확진자 수, 검사 수 대비 확진 비율, 재생산지수 등 통계가 앞으로는 훨씬 부정확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PCR 검사를 활용해도 정확한 유행 상황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항원 검사 위주로 진단방식이 바뀌면 정책 결정자들이 상황 파악에 활용하는 통계와 실제 감염 상황 간의 괴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이 항원 검사 중심으로 진단의 중심축을 바꾼 것은 단순 확진자 수와 감염억제보다는 고위험군 보호와 신속 대응 쪽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코로나19 대응 사령탑을 지낸 이스라엘 보건부 최고 행정책임자 나흐만 아쉬 박사도 "(검사 지침 변경은) 매우 중요한 변화로 고위험군에 속한 개인의 감염을 가능한 한 빨리 찾아내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확진자 수를 덜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쉬 교수는 "추가적인 정책 변경은 아직 논의하지 않지만 향후 논의할 수는 있다"면서 "현재로선 감염을 최대한 예방하기 위한 다른 수단들은 유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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