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노래하고 술마셔…장관 등 정부 관료 최소 14명 참석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입법회 의원 20명 등 고위직이 수십명 참석한 170명 규모 '내로남불' 생일파티에서 확진자가 2명 발생하자 참석자 전원이 격리시설에 수용되게 됐다.
전체 의원 90명 중 20명이 격리되게 되면서 오는 12일 입법회 개원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홍콩 보건 당국은 7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3일 저녁 완차이에서 열리 한 파티에서 확진자가 2명 나왔으며, 이에 따라 참석자 170명 전원을 21일간 격리시설에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파티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 중 한명인 위트먼 헝(洪民·53)의 생일파티였다.
헝은 홍콩과 중국 선전(深)이 합작해 개발하는 첸하이(前海) 경제특구 홍콩연락사무소 대표이기도 하다.
당국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파티에 참석하지 말라고 권고한 상황에서 열린 해당 파티에서 헝 등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노래를 부르고 음식과 술을 먹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갔다.
이 파티에는 캐서퍼 추이(徐英偉) 민정사무국장(장관급)과 아우가왕(區嘉宏) 입경사무처장, 레이몬드 시우(蕭澤) 경무처장 등 정부 고위 관료 최소 14명과 입법회 의원 20명이 참석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정부 관료가 약 30명 참석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참석자들이 밤 늦게까지 종종 마스크를 벗은 채 먹고 마시면서 식당 내부를 돌아다녔다"면서 "이에 모든 참석자를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사례로 분류해 격리시설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SCMP에 따르면 참석자 중 주니어스 호(何君堯) 의원은 파티 이틀 후인 지난 5일 선전(深)에서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샤바오룽(夏寶龍) 주임과의 회의에 참석해 파장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파티 스캔들은 민주인사 구금과 언론 폐간, 야권 없는 입법회를 출범시킨, 중국 정부가 미는 캐리 람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연임을 노리는 람 장관 개인적으로도 좋지 않은 때에 이번 스캔들이 터졌다"면서 "정부 관리들이 해당 파티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람 장관이 '책임은 전적으로 참석자들이 져야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책임은 일축해 비난을 키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캐세이퍼시픽 승무원이 방역 규칙을 어기고 돌아다녀 지역사회에 오미크론 변이를 전파한 것과 관련해 그가 캐세이퍼시픽 경영진을 질타했던 것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콩에서는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정부 격리시설과 병상 수용 가능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5일 홍콩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해외 유입 환자와 밀접접촉자들이 하루 40∼50명씩 격리시설로 보내지고 있어 8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격리시설이 곧 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각급 병원 역시 확진 환자들의 입원 쇄도로 병상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은 환자를 수용할 시설이 부족해지자 이날부터 2주간 유흥시설을 폐쇄하고 오후 6시 이후 식당 내 식사를 금지하는 등 고강도 방역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또 미국과 영국 등 8개국 발 여객기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오미크론 변이 환자가 다녀간 장소에 출입한 모든 이들에 대해 코로나19 3∼4회 검사를 명령했다.
전날 밤에는 주거지 5곳을 봉쇄하고 주민 3천300명에 대해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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