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지도자' 마크롱…원전 회귀, 유럽 방위군 주도

입력 2022-01-07 15:51   수정 2022-01-07 15:56

'유럽의 지도자' 마크롱…원전 회귀, 유럽 방위군 주도
EU 순회 의장국 맡아 '포스트 메르켈' 지도자 부각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가 올해 상반기에 유럽연합(EU)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것을 계기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유럽의 대표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유럽의 지도자로 역할 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6년의 재임을 마치고 지난해 말 물러난 뒤 그는 '포스트 메르켈' 시대의 유럽 지도자로 떠오르며 유럽 리더십의 공백을 메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4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아직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하진 않았다. 국내 정치에 연연하지 않고 EU 의장국 임무에 더욱 충실함으로써 지도력을 인정받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그는 지난 연말 EU 의장국으로서 EU의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한 목표를 포괄적으로 제시한 데 이어 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색깔있는' 리더십은 에너지 정책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그는 소형 모듈화 원자로(SMR)를 개발 등 원전 연구에 10억 유로(약 1조3천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11월에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밝혀 원자력 정책의 극적인 변화를 선언했다.
원전을 대체해야 하는 그린 에너지가 여전히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단가가 높고, 천연가스는 러시아에 의존해야 해 안보 불안과 직결되는 탓에 탈원전 정책을 고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전 회귀 선언을 신호탄 삼아 유럽 곳곳에서는 원전을 탄소 배출이 적은 '청정에너지', '깨끗한 에너지'로 칭하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면 오히려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초 원전과 천연가스를 환경친화적인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EU 집행위 초안에 따르면 2045년까지 원전에 대한 투자가 녹색 투자로 분류되고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위한 투자는 2040년까지 지속가능한 투자로 통용된다.
이 결정은 EU 집행위가 회원국에 보낸 권고문 수준이기 때문에 EU 회원국 정부와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EU 회원국 중 전력생산의 70%를 원전이 차지하는 프랑스와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넣자는 입장이다. 반면 탈원전을 지향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동시에 기후변화 대책을 위한 탄소배출 감축 노력도 가속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활성화하고 탄소국경조정제도(탄소국경세·CBAM)를 도입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탄소국경세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탄소배출 감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EU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운영하는 데 더해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조치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에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하는 세금으로 사실상 추가 관세로 볼 수 있다.
EU는 2025년까지 과도기를 둔 뒤 2026년부터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에 단계적으로 탄소국경세를 확대할 예정이다.


유럽 전체의 안보 현안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태도가 분명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방위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가 진정한 유럽의 군대를 갖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한 유럽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침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에서 EU가 배제된 상황을 계기로 EU 자체의 방위력을 증강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지는 터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EU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올해 상반기에 EU의 주권을 강화하고 나토에 대한 방위 의존을 줄이는 등 나토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창설 멤버인 프랑스는 1960년대 중반 나토군에서 병력을 철수했다. 그 이후 프랑스는 나토의 정치기구에만 참여할 뿐 나토와는 별개인 독립적 방위 기구를 추진해왔다.
EU는 자체 방위력을 증강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보안 문서에 따르면 EU는 2025년까지 병력 5천명 규모의 유럽 합동군을 창설할 계획이다.
유럽 합동군 창설 계획 초안은 육·해·공군력을 모두 포함하는 신속대응군이 적대적인 환경에서 구조·대피, 또는 안정화 작전과 같은 모든 범위의 군사적 위기관리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군수품 보급, 장거리 공중 수송, 작전 통제 등 독자적인 작전 능력을 보유하는 방안에 중점을 둔다.
'전략적 나침반'이라고 명명된 유럽군 창설안은 오는 3월 최종안이 승인될 예정이다. 이 안이 확정되면 EU는 2023년부터 정기적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자체 방위기구 창설을 추진했다. EU 회원국은 5만∼6만명 규모의 합동군 창설 계획에 합의하기도 했으나 비용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했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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