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점한 보수 대법관 문제제기…의료종사자 접종 의무화는 유지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야심 차게 도입한 대기업의 백신 접종 의무화가 폐기될 위기에 처한 형국이다.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주와 대기업이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한 가운데 최종 결정권을 지닌 연방대법원에서 의무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대법관들이 속출한 탓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7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백신 의무화 조처의 위법성을 따지기 위해 3시간 30분가량 공개 변론을 열었다.
서류 심사만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대법원이 공개 변론까지 열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인 결과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직업안전보건청(OSHA)을 통해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에 대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미접종 시 검사를 받도록 강제했다. 이에 따라 미접종자는 오는 10일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요양원과 병원 등 의료시설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날 변론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민간 사업장의 의무화 조처에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는 것이 외신의 보도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보수 성향인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의회가 아니라 행정기관인 OSHA가 미국 전역에 적용되는 백신 접종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일례로 로버츠 대법원장은 "연방 정부가 이전에 결코 한 적이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9명의 연방대법관은 보수 6명, 진보 3명 등 보수 절대우위 구도로, 보수 대법관이 반대하면 의무화 조처는 무효가 될 공산이 크다.
AP통신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지만 이것이 행정부가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했다는 보수 성향 재판관 6명의 관점을 넘어서진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로버츠 대법관을 포함해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은 의료시설에 대한 접종 의무화에는 의문을 덜 품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들이 접종 의무화에 찬성해온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의 의견에 동조하면 의료시설 접종 강제는 살아남을 수 있다.
이날 변론에서 행정부 측은 접종 의무화로 인해 6개월간 6천500명의 사망자를 줄이고 25만 명의 입원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반면 소송을 낸 주정부 측은 OSHA가 법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권한을 행사했다고 주장했고, 대기업 측은 노동력 부족을 심화하고 기업에 큰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AP통신은 대법원의 결정이 며칠은 아니더라도 몇 주내에는 나올 것이라면서 신속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공개변론이었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반영하듯 상당한 제약이 가해졌다.
9명의 재판관 중 당뇨병을 앓는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유선으로 변론에 참석했고, 나머지 8명 중 7명은 법정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
법정에는 이들 외에 법원 직원과 변호사, 언론인만 출입이 허용됐다.
특히 오하이오와 루이지애나 주를 대리하는 변호사 2명은 최근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유선으로 변론에 나섰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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