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정보기관 前수장 반역혐의 체포…"반정부시위사태 연관"

입력 2022-01-08 18:19  

카자흐, 정보기관 前수장 반역혐의 체포…"반정부시위사태 연관"
나자르바예프 前대통령 측근…나자르바예프 해외 도주설도 제기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에서 유혈 반정부 시위가 8일(현지시간)까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정보기관 수장이 반역 혐의로 체포됐다.
카자흐스탄 당국은 그가 반정부 시위 사태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30년 가까운 장기집권 뒤 지난 2019년 물러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시위 사태와 관련해 외국으로 도주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국가보안위원회(KGB) 공보실은 이날 "앞서 지난 6일 국가반역 혐의에 대한 자체 조사를 통해 카림 막시모프 KGB 위원장과 다른 인사들이 체포돼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KGB는 옛 소련 KGB를 이은 최고 정보기관이다.
카자흐 KGB 측은 막시모프 전 위원장의 구체적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막시모프 전 위원장은 지난 2007~2012년과 2014~2016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아래서 두 차례 총리를 역임했고, 2012~2014년에는 대통령 행정실장(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16년부터 KGB 위원장을 맡아왔다.
그러다 이번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 와중인 지난 6일 내각 총사퇴에 뒤이어 해임됐다.
막시모프 위원장과 함께 해임됐던 KGB 제1부위원장 사마트 아비쉬도 7일 알마티에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비쉬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조카이기도 하다.
정보기관 지도부 인사 전격 체포에 대해 현지에선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인 이들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이번 시위 사태를 기획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고문을 지낸 예르무하메트 예르티스바예프는 전날 국영 '하바르24'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알마티 소요사태 기획자들이 토카예프 대통령 축출을 기도했으며, 여기에 보안기관 지도부를 포함한 정부 고위인사들이 개입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KGB가 산악 지역에 있던 극단주의 조직 훈련캠프에 대한 정보를 숨겨왔으며, 지난 5일 폭도들의 알마티 공항 공격 당시에도 공격 40분 전공항 경비를 해제하도록 지시해 폭도들을 도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3명의 딸과 함께 이미 해외로 도피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지 언론매체 오르다(Orda.kz)는 7일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먼저 카자흐스탄을 떠났고, 곧이어 딸들이 그의 뒤를 따라 출국했다면서, 가족들 가운데 그의 동생인 볼라트만이 카자흐스탄에 남았다고 보도했다.
조마르트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 내각 총사퇴안을 수리하면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국가안보회의(NSC) 의장직에서 해임하고 직접 의장을 맡는다고 밝힌 바 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대통령직에서 자진 사임했지만, 이후에도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을 유지하고 '국부'(國父) 지위를 누리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일각에선 이번 시위 사태가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조마르트 대통령 세력과 기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세력 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대규모 시위 사태의 중심지인 최대 도시 알마티에선 8일 오전에도 시위대 진압을 위한 보안당국의 대테러작전이 계속되고 있고, 시내에선 총성이 들리고 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보도했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이날 지금까지 시위 가담자 4천26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체포된 시위 가담자 중엔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국가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지금까지 시위대 사상자는 50명을 넘어섰고, 진압 군경 가운데서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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