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미군기지·부스터샷 저조·연말연시 유동 인구
작년 9월 이후 '미스터리' 급감 이어 이번엔 단기 급증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작년 9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했던 일본에서 최근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의 확산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가운데 주일미군 기지 집단 감염에 따른 주변 지역 감염 확산도 원인으로 꼽힌다.
또 주요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3차 백신 접종률과 연말연시 유동 인구 증가 등도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 월평균 하루 확진자 12월 213명→이달 3천960명…최근엔 8천명대로
지난해 도쿄올림픽·패럴림픽(7.23~9.5) 전후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했던 일본에선 작년 9월 이후 놀라운 속도로 확진자가 급감한 바 있다.
현지 공영방송인 NHK 집계 따르면 일본의 월평균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제5파'(다섯 번째 대유행)의 정점이었던 작년 8월 1만8천315명에서 9월 7천23명, 10월 556명, 11월 150명으로 급감했다.
당시 '미스터리'로까지 불리던 확진자 급감 이유로 일본의 감염증 전문가들은 ▲ 백신 접종 효과 ▲ 일시적 집단 면역 ▲ 일본 독자 델타 변이의 감염력 상실 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일본에서도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월평균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작년 12월 213명으로 전월 대비 42%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1~10일) 3천960명으로 전월 대비 19배로 폭증했다.
최근 하루 확진자 수는 8일 8천476명, 9일 8천243명, 10일 6천438명으로 줄었지만, 이는 '성인의 날'(10일)이 포함된 사흘 연휴(8~10일)에 검사 건수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휴가 끝나고 검사 건수가 늘어나면 신규 확진자는 재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 확진자 최다인 오키나와 확진자 중 80%는 오미크론 추정
최근 폭증세는 오미크론 지역 감염 확산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보면 작년 11월 30일 일본에서 오미크론 첫 확진자가 확인된 이후 이달 9일까지 오미크론 누적 확진자 수는 2천244명이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1천116명은 최근 외국 방문 경력이 없고 감염 경로도 알 수 없는 지역 감염자다.
작년 11월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전체 확진자 3만7천904명 중 오미크론으로 확인된 감염자 비율은 5.9%이나 모든 확진자를 대상으로 오미크론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 오미크론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후생노동성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1주일 동안 확진자 약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6%가 오미크론 감염이 의심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일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오키나와현은 이달 중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 중 80% 이상이 오미크론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 주일미군 기지 집단 감염…주변 지역으로 확산
일본 내 오미크론 지역 감염 확산은 주일미군 집단 감염이 원인이 된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지난 9일부터 방역 비상조치('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가 발령된 오카니와현과 야마구치(山口)현, 히로시마(廣島)현 등 3개 광역자치단체는 모두 주일미군 기지가 있는 곳이다.
특히 전체 주일미군 기지 시설이 많은 오키나와현은 감염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8일(8천476명)과 9일(8천243명) 일본 전체 확진자 가운데 오키나와는 8일 1천759명, 9일 1천5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은 오미크론 확산 초기부터 외국인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강력한 입국 규제를 시행했지만, 주일미군은 미국에서 출국할 때와 일본에 입국할 때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아 방역의 구멍으로 작용했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주일미군 기지 내 장병들이 자유롭게 기지 밖으로 외출하면서 지역 내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주일미군 시설·구역 내 감염자가 10일 기준 3천638명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미군 기지 주변의 감염 확산은 미군 기지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엄밀하게 하려면 게놈 해석을 기다려야 하지만, (미군 기지가 원인의)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주일미군지위협정 운용 등을 협의하는 미일 합동위원회는 10일부터 '필요불가결한 활동'을 제외하고 미군 관계자의 기지 밖 외출을 제한하기로 발표했지만, 뒤늦은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부스터샷 접종률 1% 미만…돌파 감염에 취약
일본 내 부스터샷 접종이 저조한 점도 돌파 감염에 취약한 요인으로 꼽힌다.
총리관저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7일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률은 0.6%로 주요국 중에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작년 9월 이후 확진자가 급격히 줄어들던 데에는 하루 접종자 수 100만명 이상으로 속도를 낸 백신 접종이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달 1일 시작된 3차 접종의 속도는 매우 더딘 상황이다.
이달 7일까지 3차 접종 완료자는 75만2천799명으로 하루 평균 접종자 수는 2만346명에 머물고 있다.
2차 접종을 마치고 8개월이 지난 사람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승인했다가 감염 확산에 의료종사자와 고령자에 한해 6~7개월로 앞당겼다. 이런 과정에서 필요한 백신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지역에 보관된 백신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제야 지난해 도쿄와 오사카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 가동했던 대규모 접종센터를 재설치하는 등 부스터샷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자위대가 운영하는 대규모 접종센터를 재설치하고, 모더나 백신 1천800만 회분과 전국의 백신 재고 등을 활용해 고령자와 일반인에 대한 3차 접종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고토 시게유키(後藤茂之) 후생노동상은 오는 3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직장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이날 밝혔다.
◇ 연말연시 유동 인구 많아 감염 확산한 듯
연말연시에 일본 곳곳에서 유동 인구가 많았던 것도 최근 코로나19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일본에선 연말연시 긴 연휴 기간에 귀성과 가족여행 등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이뤄진다.
앞서 히라타 아키마사(平田晃正) 나고야공업대 교수가 이끈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연말연시 귀성 등으로 감염이 확산해 이달 말 도쿄의 하루 확진자가 3천명, 2월 중순 정점에는 3천7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지난달 하순에 예측한 바 있다.
도쿄의 최근 하루 확진자 수를 보면 8일 1천224명, 9일 1천223명, 10일 871명이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