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대부분의 식재료와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홍콩이 항공 방역 강화로 인해 물류난과 물가상승 위기에 처했다.
1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홍콩을 대표하는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최근 방역규정 강화 속 항공기 수백 편의 운항을 취소했다. 화물 수송 규모도 코로나19 이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물류비용은 3주 내 40% 뛰어오를 전망이다. 과일 수입가격은 10% 뛰어오를 것이라고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홍콩이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격리 면제 혜택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격리 규정 준수로 항공기를 운항할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캐세이퍼시픽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화물기를 20%만 운항할 수 있는 상황이다.
AFP 통신은 "홍콩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끝이 보이지 않아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달 캐세이퍼시픽 조종사들이 떼지어 퇴사했다"며 "격리 규정이 강화되면서 캐세이퍼시픽은 화물기를 몰 조종사를 구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캐세이퍼시픽은 자사 승무원이 오미크론 변이의 지역감염을 촉발한 것과 관련해 책임을 지게 생겼다.
이날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캐세이퍼시픽이 방역 규정을 준수했는지 조사받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법적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해외 비행을 마치고 귀국한 캐세이퍼시픽 승무원 한 명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채 자택격리 규정을 어기고 외식에 나서 해당 식당발 집단 감염을 불러일으켰다. 또 다른 귀국 승무원의 어머니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채 댄스동호회, 교회 등을 다니며 여러 집단 감염을 촉발했다.
여기에 홍콩이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8개국발 여객기의 입국을 지난 7일부터 전면 금지한 것도 화물 운송 규모 축소를 심화시켰다.
블룸버그는 "이미 균열이 일어난 홍콩의 생필품 공급망이 항공사발(發) 물류난으로 한계점에 달했다"면서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 등지로부터의 과일과 채소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공급난이 전망된다"고 전했다.
홍콩중국수입수출업자연합의 마이클 리 부총장은 블룸버그에 "여행제한은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운송비용이 약 3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주로 유럽에서 들여온 생화 가격은 20∼30% 오를 것이고, 수입 프리미엄 해산물 식재료를 사용해온 일본 식당과 중국 식당의 음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화물운송물류연합의 게리 라우 회장은 "이미 항공 물류체인이 붕괴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방역 정책을 완화하지 않는 한 우리는 지금의 상황이 단기간에 변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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