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강화된 백신패스 시행…백신 안맞으면 버스도 못타
백신패스없이 일상생활 어려워져…인력 단속 허점·혼란 우려도
![](https://img.wowtv.co.kr/YH/2022-01-12/PEP20220110144501009_P2.jpg)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로마의 철도 관문인 테르미니역 주변 시내버스 정류장.
수많은 노선버스가 오가는 이곳에는 10일 오전(현지시간)부터 경찰관들이 배치됐다. 승객의 면역 증명서(그린 패스)를 확인하는 단속 업무에 투입된 이들이다.
경찰관은 정차한 버스에 직접 올라타 승객의 그린패스를 불시에 확인하거나 정류장에 대기하다 승하차하는 이에게 다가가 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단속하고 있다.
지하철과 트램 등의 대중교통수단에도 단속 활동을 하는 경찰이 쉽게 눈에 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부터 한층 엄격해진 면역증명서 제도, 이른바 '슈퍼 그린 패스'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확대 적용했다. 슈퍼 그린패스는 백신 접종자와 감염뒤 회복된 이만 받을 수 있는 증명서로, 검사로 음성 판정이 된 사람은 해당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날인 10일 로마에만 1천여 명의 단속 경찰이 투입됐다.
슈퍼 그린패스가 없이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이날부터 최소 400유로(약 54만 원) 이상의 적지 않은 과태료가 부과된다.
![](http://img.yna.co.kr/photo/etc/epa/2022/01/10/PEP20220110141801009_P2.jpg)
사실상 백신을 맞지 않으면 외출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강력한 규제책인 셈이다.
대중교통뿐만이 아니다.
10일부터 슈퍼 그린 패스의 적용 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백신을 맞지 않으면 식당이나 바를 출입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영화관, 오페라 극장, 박물관, 미술관, 헬스장, 축구경기장 등 어지간한 다중시설은 이용이 어렵게 됐다.
2∼3일 간격의 주기적인 바이러스 검사로 기존의 그린 패스 기한을 연장하며 간신히 버텨온 시민들로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백신 접종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관광객도 예외는 아니다. 호텔 등의 숙박시설이 슈퍼 그린 패스 대상에 포함되면서 백신을 맞지 않은 관광객은 설 땅이 사라졌다.
설사 숙박시설을 피해 지인의 집에 머문다고 해도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문화유산 구경은 엄두도 못 낼뿐더러 길거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탈리아 당국의 의도는 명확하다. 작년처럼 고강도 봉쇄를 피하고 정상적인 사회·경제 활동을 보장하되 백신을 접종해 바이러스 감염 혹은 전파 위험이 크지 않은 이들에게만 일상의 자유를 주겠다는 것이다.
당국이 작년 8월부터 지속해온 이러한 정책 기조는 백신 접종률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11일 현재 이탈리아 전 인구 대비 백신 접종 완료율은 77.6%로 유럽에서도 최상위권이다. 12세 이상 인구 대비로는 85%를 넘어섰다.
오미크론 변이가 덮치면서 11일 기준 이탈리아의 일일 확진자는 22만여명으로 팬데믹 이후 최다치를 기록했다.
현지 보건당국으로선 전면봉쇄를 재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염병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슈퍼 그린패스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http://img.yna.co.kr/photo/etc/xi/2022/01/10/PXI20220110009601009_P2.jpg)
다만, 현장에선 슈퍼 그린 패스 제도 집행의 허점도 눈에 띈다.
면역증명서 확인 작업을 시스템화하지 않고 한정된 인력의 '불심검문 식' 단속에 기대다 보니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많은 게 현실이다.
당장 시내버스의 경우 시내 중심가를 경유하지 않는 외곽 노선은 상대적으로 단속이 허술하다. 외곽 주택가 식당은 면역증명서 소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곳도 많다.
다양하고 복잡한 규제 조처가 수시로 발표돼 혼란스럽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지인 중에도 어떤 규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가 많다.
일례로 이번에 슈퍼 그린 패스 제도 확대와 더불어 대중교통, 다중이용시설에서 FFP2급(한국의 KF94)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것 역시 모르는 시민이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마의 한 고교생이 이전에 사용해온 부직포 소재 덴탈마스크를 쓰고 10일 등굣길 시내버스를 탔다가 단속에 걸려 400유로(약 54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에서 과태료 부과 통보를 받은 해당 학생의 부모조차 FFP2 마스크 의무 착용 사실을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