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러시아위원회 2년여만에 첫 개최…돌파구 없이 종료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러시아가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으나 이견을 재확인한 채 협상을 종료했다.
나토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 시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모든 유럽 국가의 자주권 등 핵심 원칙에는 타협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러시아에 추가적인 대화를 제안했다.
러시아는 이에 즉답하지는 않았으나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나토 30개 회원국 대사들과 러시아 고위 관리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서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협상을 벌였다.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번 주 이어지는 양측간 연쇄 협상의 일부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이르면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을 부인하면서 미국 등 서방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보장을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NRC 회의 뒤 연 기자회견에서 "나토 동맹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큰 의견 차이가 있다"면서 "우리의 이견은 메우기 쉽지 않을 것이지만, 모든 나토 동맹국과 러시아가 같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실질적인 주제들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 측은 군비 통제와 새로운 무력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다른 많은 문제에 대한 일련의 협상을 제안했지만, 러시아 측은 수용도 거부도 하지 않았고, 답을 주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양측 모두 대화를 재개하고 향후 회동 일정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나토 30개 회원국이 러시아의 핵심적 요구에 동의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며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거부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셔먼 미 부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나는 국제적 체계와 유럽 안보의 근본적인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면서 "모든 국가는 자국의 길을 선택할 자주권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열린 NRC는 나토와 러시아 간 협의, 협력 등을 위해 2002년 설치된 기구다. 양측은 이를 통해 공동의 이해가 있는 다양한 안보 문제를 대화하거나 정보를 교환해왔다.
그러나 NRC는 2019년 7월 이래 열리지 않았으며, 이번에 약 2년6개월 만에 처음 열린 것이다. 이날 협상은 예정 시간보다 1시간가량 길어져 4시간 넘게 진행됐다.
러시아 측에서는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외무차관과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이 대표단을 이끌었다. 미국 측에서는 지난 10일 미·러 협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자국 협상단을 이끌었다. 회의는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주재했다.
앞서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실무 협상을 벌였으며 13일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의 협상이 예정돼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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