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니가타현 "사도광산 에도시대 유적에 보편적 가치" 주장

입력 2022-01-13 11:27  

日 니가타현 "사도광산 에도시대 유적에 보편적 가치" 주장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에도시대까지로 한정 입장 고수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제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온 일본 니가타(新潟)현이 사도광산의 에도(江戶)시대 유적에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니가타현의 오다 유미코(小田由美子) 세계유산등록추진실장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는 지난달 28일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광산에 대해 "보편적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세계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했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1일까지 유네스코에 공식 추천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오다 실장은 '사도광산의 보편적 가치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에도시대(1603∼1867년) 수작업에 의한 금 생산 체계라고 답변했다.
그는 사도광산에 대해 "16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극동 일본의 풍요로운 금(金)광산 섬(사도섬)에서 나라(막부)의 관리, 운영 아래 외국과의 기술 교류가 제한된 가운데 유럽과는 다른 시스템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오다 실장은 "세계에 자랑할만한 질과 양의 금을 손으로 캐는 등 전통적인 수공업이 대규모로 장기간 계속된 금 생산 시스템을 보여주는 희귀한 산업 유산"이라며 "이런 유적이 남아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사도광산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도광산은 17세기 세계 최대 규모로 금이 산출되던 곳이었다. 메이지(明治)시대(1868~1912년) 이후 기계화 시설이 도입돼 근대 광산으로 탈바꿈했고, 태평양전쟁(1941~1945년) 기간에는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활용됐다.
태평양전쟁 기간 적어도 2천명의 조선인이 사도광산에 강제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일한 곳이다.
연합뉴스가 지난 3~4일 현장 취재한 결과, 눈에 보이는 사도광산 시설은 대체로 메이지시대 이후의 모습이었다.
니가타현과 사도시가 작성한 '금을 중심으로 한 사도광산 유산군' 소개 자료를 봐도 9개 소개 유적 중 아이카와 금은산 수직갱도(1877년·이하 완공연도), 아이카와 부유선광장(1938년), 오마항(1892년), 도지가와 제2발전소(1919년) 등 4개는 메이지시대 이후 완공됐다.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도 "(메이지시대) 구미(歐美)에서 도입된 선진적 광업 기술로 인해 금은 생산량이 대폭 증가해 일본을 대표하는 근대적인 광산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자료에 소개돼 있다.



2010년 사도광산이 세계유산 추천 잠정 목록에 포함될 때만 해도 메이지시대 이후 시설이 포함됐지만,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2019년부터는 일본 문화청에 제출한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서에서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까지로 한정했다.
오다 실장은 추천서에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로 한정한 이유를 묻자 "세계에 있는 금광산을 비교한 결과 근대화가 시작된 이후 과거의 시설이나 설비 등은 없어진 곳이 많다"며 "사도광산처럼 수공업 시대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금광산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한국 정부가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관한 한국 정부의 논평 등 언론 보도가 있었던 것은 알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가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다 실장은 메이지시대와 태평양전쟁 기간까지 포함해 사도광산의 역사 전체를 평가받는 것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에도시대 생산 체제와 생산 기술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사도광산의 가치가 명확해졌다"며 "그 이후 거듭 학술적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 국내 (세계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됐다"고만 답했다.
메이지시대와 태평양전쟁 기간까지 포함해 세계유산으로 평가받을 생각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니가타현이 메이지시대 이후 시설을 세계유산 추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조선인 강제노역과 관련한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조선인 징용 현장인 군함도(일본명 하시마) 등이 포함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할 때도 대상 기간을 메이지시대로 한정해 조선인을 대규모로 강제 동원한 태평양전쟁 기간을 제외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한국 정부가 강력히 반발함에 따라 일본 정부는 강제 동원 희생자를 기리는 전시시설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6월 도쿄에서 개장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전시시설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내용보다는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나 강제 노역이 없다는 전 군함도 주민 등의 증언 위주로 전시돼 일본 정부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작년 7월 22일 채택한 결의문에서 군함도 등에 관해 설명하는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개선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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