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화 작년 9월 이후 달러화 대비로 40% 급락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터키인들이 자국 통화인 리라화의 가치가 극심하게 하락하자 가상화폐를 마구 사들이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바이낸스, BTC터크, 로컬비트코인스 등 가상화폐 거래소 3곳 기준으로 리라화를 사용한 가상화폐 거래액이 최근 일평균 18억 달러(약 2조1천465억원)로 증가했다.
이는 2019년 국제결제은행(BIS)의 조사 당시 일일 거래액인 710억 달러(약 84조6천675억원)와 비교하면 달러 기준으로 소액이지만 최근 5개 분기 중 어느 시기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터키인들은 특히 스테이블코인(달러화 등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된 가상화폐)인 테더를 많이 사들였다.
가상화폐 정보 제공업체 크립토컴패어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리라화가 달러, 유로화를 제치고 테더와 가장 많이 거래된 통화가 됐다.
터키 당국이 지난해 4월 지불 수단으로서 가상화폐 사용을 금지했음에도 터키인들이 가상화폐를 사들이고 있는 것은 물가가 고공행진 하는 데다가 리라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터키의 지난해 12월 물가 상승률은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는 지난해 9월 이후 40%나 급락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작년 12월 리라화 예금을 보호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리라화 가치가 다소 안정되긴 했다.
WSJ은 터키인들의 리라화에 대한 불신도 가상화폐로 쏠림현상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터키 시중은행 예금의 3분의 2는 외화로, 그 대부분이 달러화나 유로화이다. 그런데 터키 정부는 이들 은행으로부터 달러화 예금을 빌려 리라화 가치를 떠받치는 데 쓰고 있다.
만약 달러화 예금의 출금 요구가 일시에 몰려 터키 은행들이 달러화 예금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면 터키 정부는 달러화를 구할 수 있는 수단을 잃게 된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면 터키 당국이 은행들에 달러화 예금을 리라화로 환전하도록 강제할 수 있고, 이런 우려가 터키인들의 스테이블 코인 매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로의 에스라 알페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최근 수개월 간 리라화 가치의 높은 변동성과 인플레이션 상승세로 인해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장기적으로는 수익 좋은 투자수단으로,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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