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협상 대표 러 외무차관…"미국과의 협상 조만간 재개할 근거 못찾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서방과의 안전보장 협상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는 중남미 쿠바나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를 배치하는 것과 같은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13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지난 10일 미국과의 안보 협상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이끌었던 랴브코프 차관은 이날 러시아어 국제 TV 방송 RTVi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서방 간 협상 실패 시 가능한 사태 전개에 대한 질문에 "무엇도 확인하거나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냉전 시절인 1962년 옛 소련이 공산권 쿠바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미국을 겨냥하는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시도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을 연상시키는 발언이었다.
랴브코프 차관은 "모든 것은 미국 동료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면서 "러시아 대통령은 상황이 러시아에 대한 도발과 군사 압박 강화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러시아의 해군 등에서 어떤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를(군사적 해결을) 원치 않으며 외교관들이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고 협상을 통한 위기의 외교적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지난 10일 미국과의 제네바 안보 협상 이후 미국과 가까운 시일 내에 협상을 재개할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전달한 안전보장 문서의 핵심 요소들에 대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는 서방 측의 구두 성명이나 논평이 아니라 종이로 작성된 문서가 필요하다면서, 서방 동료들이 이 방향으로 나아가면 공식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협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가능할 것이란 확신이 없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끈질기게 올바른 진전을 이루기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랴브코프 차관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가 친서방 노선을 걷는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대규모 군대를 배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이같은 위기 해소를 위한 러시아와 서방 간 안보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약 10만 명의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면서 해당 지역 내 군사적 위기가 고조됐다.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이르면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늘리며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서방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나토가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 인근 국가들에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를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미국 측에 러·미 안보보장 조약안과 러·나토 회원국 간 안보보장 조치에 관한 협정안 등 2개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협상을 열었으며, 뒤이어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나토 간 협상이 이어졌고, 이날엔 오스트리아 빈에서 러시아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간 협상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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