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외교부 대변인, 관영매체 질문에 10분간 답변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 당국의 주요 대외 창구인 중국 외교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매우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란팅(藍廳·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주재한 이날 브리핑에는 평소와는 달리 대변인 우측으로 스크린 하나가 설치됐다.
브리핑에 참석한 내·외신 기자들은 스크린의 등장에 어리둥절했지만, 브리핑이 시작되자 평소와 다름없이 질문을 던졌다.
브리핑이 거의 끝나갈 무렵까지 대변인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스크린은 작동하지 않았다.
브리핑이 시작되고 30여 분이 지나 중국 관영매체인 CGTN 기자의 16번째 질문이 나오자 미리 약속한 듯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CGTN 기자의 질문 내용은 미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 강제 노동 비판에 대해 중국 정부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질문을 받은 왕 대변인은 미리 준비한듯한 답변서를 읽어 내려갔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로 보이는 한 남성은 란팅 기자석 맨 앞줄에 앉아 왕 대변인의 발언에 맞춰 PPT 화면을 넘겼다.
그의 책상에는 왕 대변인의 답변지와 똑같은 서류가 놓여 있었다.
왕 대변인은 "미국 정치인들은 신장에 제노사이드(인종멸절)와 강제 노동이 존재한다는 거짓말을 마구 퍼뜨리고 있다"면서 그간 미국 정부와 서구 언론이 제시했던 신장 재교육 수용소 등 인권 탄압의 증거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그는 이어 "신장 재교육 수용시설 고문 실태를 폭로한 위구르 여성의 신분이 불분명하고, 증언이 조작됐다"며 "2020년 호주 전략정책 연구소에서 발표한 신장 지역 380여 개의 수용시설 역시 확인 결과 340여개가 학교, 병원, 일반 주택, 상점 등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이 대량살상 무기를 이유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면서 "신장의 강제 노동과 관련한 미국의 압박은 이와 동일한 수법"이라고 덧붙였다.
왕 대변인은 또 미 국무부가 신장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 대변인의 답변이 끝나는 데는 거의 10분이 소요됐다.
이날 왕 대변인의 '마라톤 답변'은 중국의 대외 정책이나 국제 현안에 대해 1분 내외로 짧게 질의응답이 오가는 외교부 브리핑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이색적인 광경이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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