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서방과의 안보협상 관련 어떤 사태 전개에도 준비돼"(종합)

입력 2022-01-1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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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무 "서방과의 안보협상 관련 어떤 사태 전개에도 준비돼"(종합)
"美·나토 문서 답변 기다려…거부당하면 대통령이 대응 결정"
"푸틴, 내달 4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해 시진핑과 회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러시아의 안전보장 제안에 대한 문서로 된 답을 기다리고 있으며, 모든 사태 전개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정례 연초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이루어진 러시아와 서방 간 연쇄 안보 협상 결과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협상 이후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우리의 안전보장 제안에 포함된 모든 항목에 대한 답을 받길 원하며, 문서로 된 답을 원한다"면서 "우리는 끝없이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는 미국의 답과 우리의 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문서로 된 답에 달려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최종적 협상 결렬에 따른 서방의 강력한 대러 제재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는 경제 분야를 포함한 어떠한 사태 전개에도 준비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경우든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는 법을 알고 있다"면서 "끝없이 어떤 변화나 약속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안전보장 제안이 미국과 나토에 의해 최종 거부당할 경우 러시아의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우리 제안이 거부당하면, 우리는 상황을 평가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러시아의 확실한 안보 이익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서방의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가 그동안 경고해온 '군사·기술적 조치'에 대해 "이는 군사장비 전개 조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한 대규모 병력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서방 요구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는 접근"이라며 자국 내 병력 이동은 각국의 주권 사항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하지만 발틱국가나 폴란드 등 러시아 인근 지역에 수만명의 미군이 배치되고 수백~수천대의 영국 군사장비가 배치되는 상황은 러시아의 우려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면서, "러시아는 이 군사장비들을 이용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러시아-서방 간 군사 긴장 고조로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온 유럽연합(EU) 회원국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선 "결정은 핀란드와 스웨덴 국민이 할 것이지만, 중립국들의 유럽 안보에 대한 기여가 약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근 대서방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 관계를 강조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다음 달 4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선 양국 간의 평화조약 체결 등 관계 개선 노력이 러시아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일본 간의 긴밀한 동맹 관계 유지로 인해 방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최근 러-서방 간에 세 차례의 연쇄 안보 협상이 벌어진 뒤 열려 이 협상 결과와 관련한 문제에 질문이 집중됐다.
앞서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약 10만 명의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면서 해당 지역 내 군사적 위기가 고조됐다.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이르면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늘리며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나토가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 인근 국가들에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를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미국 측에 러·미 안보보장 조약안과 러·나토 회원국 간 안보보장 조치에 관한 협정안 등 2개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협상을 열었으며, 뒤이어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나토 간 협상이 이어졌고, 13일엔 오스트리아 빈에서 러시아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간 협상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 협상들에서도 러시아와 서방 간 이견을 좁히는 구체적 합의들은 도출되지 못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여하는 3자 화상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 행정실이 밝혔다.
행정실은 "아직 러시아 측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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