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의 대명사' 지진 예측도 AI 통해 현실 될까

입력 2022-01-17 11:31  

'불가능의 대명사' 지진 예측도 AI 통해 현실 될까
"발생과정 AI에 학습시킨 뒤 향후 활동 분석"
미 연구진 착수…3∼6개월 내 초기결과 확인 기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던 지진 예측을 머신러닝 기반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현실화하려는 시도가 이뤄져 주목된다.
17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소속 지구물리학자 폴 존슨 박사와 동료들은 머신러닝을 활용한 지진 예측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해 왔다.
지진 발생의 전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를 AI에 학습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지진 활동을 예측하게 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지진의 주된 원인 중 하나인 '스틱 슬립'(stick-slip) 현상이 최소 수십 년 주기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한 단층대에서 최소 10차례 이상 지진 발생 과정을 관찰해 자료를 학습해야 AI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지각에 에너지가 축적됐다가 지진으로 발산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워낙 긴 탓에 충분한 사례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북미에서 지진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안드레아스 단층의 경우 40년 주기로 대형 지진이 일어나지만, 충분한 자료가 수집되기 시작한 건 불과 20년 전부터다.
이에 연구진은 일반적인 지진보다 훨씬 느린 속도에서 발생하지만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섭입(攝入ㆍ한 지각판이 다른 지각판 아래로 들어가는 현상) 지역의 '슬로 슬립'(slow-slip) 지진을 첫 학습대상으로 삼았다.
후안데푸카판 등이 북미판 아래로 침강하는 캐스캐디아 섭입대가 대상이었다. 후안데푸카판 등에선 14개월 주기로 슬로 슬립 지진이 관측되며 1990년대부터 관련 자료가 수집돼 있다.
존슨 박사 등은 이에 더해 유리구슬들을 압착기로 서서히 눌러 지진 발생 과정을 재현하는 시뮬레이션을 반복함으로써 일반적인 지진에서 관측될 수 있는 상황을 AI에 추가로 학습시켰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학습을 마친 AI가 실제로 지진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향후 3∼6개월 사이 이와 관련한 초기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대형지진 발생 시점 예측에 성공한다면 엄청난 성과이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AI 개발 과정에서 대형지진 발생의 메커니즘을 더욱 상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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