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경제 걸림돌이며 거대한 정치 문제" 진단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아이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를 좋아하지만 양육하고 싶지는 않다는 거죠."
중국 베이징에서 강사로 일하는 28살 여성은 자녀 계획에 대해 이 같은 속내를 털어놨다.
이처럼 중국 여성들은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올라가는 것과 맞물려 결혼과 출산을 미루기 시작했으며, 아예 자녀를 원하지 않는 여성도 많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중국이 직면한 저출생 위기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뿐만 아니라 시진핑 주석의 역량을 시험할 정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이날 중국에서는 충격적인 경고음이 울렸다. 지난해 출생 인구가 1천62만명으로 1961년 이래 가장 작았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출생률로 보면 0.752%에 그쳐 1978년 중국 정부 연감에 출생률이 처음 적시된 이래 최저치인 동시에, 1949년 신 중국(중화인민공화국) 창립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 저출생 고령화 위기에 빠지는 것은 당장 노동 인력 감소, 세수 부족 등으로 경제 성장에 직격탄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앞서 저출생 문제를 타개할 방편을 물색해왔지만 지난해 출생 쇼크를 끝내 피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1978년 강력한 한자녀 정책을 도입했다가 2016년 뒤늦게 2자녀 정책으로 전환했고, 작년 5월에는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서 3자녀 정책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수십년간 이어진 한자녀 정책으로 꺾였던 출생률 곡선은 이제 가임기 여성 인구 감소로 나타났다고 NYT는 지적했다.
싱가포르 국립대 정무 부교수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점점 결혼을 꺼리고 있다"면서 "이들은 결혼하면 제한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한 경제학자는 출생률을 끌어올릴 방법으로 현금 지원, 세금 감면, 보육 확대 등에 3천130억 달러의 예산을 쏟아붓자고 제안했다가 온라인 검열에 걸려 삭제됐다.
시 주석도 과거 비슷한 방안을 언급한 적은 있는데, 이는 "기존 정책 실패가 부각되는 것을 피하려는 행보"라는 게 NYT의 해석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워킹맘 차별을 금지하고, 사교육을 제한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가 오히려 상황을 꼬이게 했다.
정작 부유층은 사교육을 누리면서 경쟁을 심화할 것이라는 학부모 불만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교육이 성공한 인생의 지름길로 간주되며,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벌이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실정이다.
또 워킹맘 차별도 법적으로는 금지됐지만 실제로는 공공연하게 벌어진다는 점도 외벌이 가정의 출산 계획에서 변수가 된다.
정 부교수는 "여성은 학교와 직장에서 성과를 거두도록 독려받는다"면서 "하지만 가정 내 관계에서는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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