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반도체 수입도 410조원대로 여전히 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과의 신냉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국이 '반도체 자급'을 강력히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해 중국 내 반도체 생산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7일 공개한 산업생산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중국 내 반도체 집적회로(IC) 생산량은 3천594억개로 전년보다 33.3%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전년 16.2%의 배에 달한다.
여기에는 중국 기업과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생산하는 반도체 제품이 모두 포함되기는 하지만 중국 당국의 반도체 자급 노력이 생산량 급증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공식 통계는 반도체 자급을 추진하는 가운데 생산량을 늘리려는 중국의 노력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중국의 최대 약점으로 손꼽힌다.
중국은 5세대 이동통신(5G),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무인기, 우주 개발 등 여러 첨단 기술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만큼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많이 뒤처진 편이다.
중국은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같은 시스템 반도체는 물론 디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도 대량으로 미국, 한국, 대만 등지에서 수입한다.
한때 삼성전자와 더불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다투던 화웨이(華爲)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따른 충격으로 단숨에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린 것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갖는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중국은 정부 직접 투자, 파격적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반도체 자급'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핵심 기술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이뤄진 무분별한 투자로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 등 수십조원 규모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 여러 개가 좌초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대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 칭화유니(淸華紫光) 산하의 낸드 제조사인 YMTC(長江存儲) 및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SoC) 전문 제조사인 UNISOC(쯔광잔루이<紫光展銳>) 등이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조용히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모기업인 칭화유니의 파산 위기 속에서도 YMTC는 작년 3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대까지 끌어올리면서 낸드 시장에서 글로벌 '7강'에 합류했다.
중국 정부가 직접 투자에 참여한 SMIC도 작년 첨단 미세공정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다만 아직 중국 핵심 반도체 기술 기업들과 인텔, 퀄컴,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 정상급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는 상당히 큰 편이고 여전히 중국은 반도체를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각종 제재를 동원해 SMIC 등 중국 반도체 핵심 기업의 선진 공정 개발을 가로막고 나선 점도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는 큰 부담 요인이다.
중국 해관총서의 최근 발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3천500억 달러(약 416조원)으로 전년보다 23.6% 증가했다.
이는 작년 중국 전체 수입액의 13%로 원유와 곡물을 포함한 전체 농산물 수입액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