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자궁경부암 예방용 '9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공급 차질을 빚는 중국에서 예약 대행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중국 구파신문(九派新聞)은 18일 병원 온라인 예약 프로그램을 해킹해 9가 HPV 백신 접종을 예약해주고 돈을 받아 챙긴 대학원생 류(劉)모 씨가 공안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에 거주하는 류씨는 6개월이 넘도록 접종을 못 하는 여자 친구를 위해 작년 11월 한 병원 전산망에 침투해 예약을 접수하는 데 성공했다.
접종을 못 해 아우성치는데 한 번에 예약에 성공하자 자신감이 생긴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객'을 끌어모았다.
수수료 800∼1천위안(15만∼18만원)을 받고, 예약을 대행하던 그의 범행은 예약 시스템 해킹 흔적을 확인한 병원 측이 공안에 신고하면서 한 달 만에 꼬리가 잡혔다.
중국에서는 가짜 예약 완료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선불을 줘야 접종할 수 있다고 속여 입금하게 해 가로채는 예약 대행 사기도 성행하고 있다.
브로커 한 명이 매달 수만위안(수백만원)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 당국은 이런 서비스가 대부분 사기라며 개인 정보를 알려주거나 미리 돈을 줘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예약 대행 사기가 판치는 이유는 이 백신 접종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탓이다.
소셜미디어에는 "9가 HPV 백신을 맞기 위해 온라인 예약사이트에 접속하지만, 매번 눈 깜짝 할 사이에 동이 난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접종 대란은 수급 불균형 탓이다.
9가 HPV 접종 대상인 16∼26세 여성은 1억2천만명이지만,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물량은 506만여회분에 불과했다.
광둥(廣東)성 선전(深?)시가 브로커 개입을 막기 위해 추첨제를 도입하는 등 지방 정부들은 백신 접종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 차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3차까지 맞는 가격이 3천900위안(73만원)으로 만만치 않은 데다 수급까지 꼬인 탓에 이 백신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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