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부터 나서달라…필요조건 모두 충족"
"단기 원조는 해법 아냐…근본적 문제 해결 방법 찾아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의 수반인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이하 총리)이 19일(현지시간)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쿤드 총리는 이날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각국의 모든 정부, 특히 이슬람 국가부터 탈레반 정부 공식 인정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우리는 빠르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초 탈레반 과도 정부가 출범한 후 수반인 아쿤드 총리가 공식 석상에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처음이다.
아프간은 4천만 인구의 99%가 무슬림(수니파 90%)이며 탈레반은 같은 이슬람 국가이자 수니파가 인구의 다수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파키스탄 등과 전통적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사우디, UAE, 파키스탄은 탈레반의 1차 통치기(1996∼2001년) 때 당시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재집권 후 아직 어느 나라로부터도 정식 정부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내각 중 상당수는 여전히 국제사회의 제재 명단에 올라있다.
국제사회 대부분은 탈레반이 공표한 포용적 정부 구성, 인권 존중, 테러리즘 근절 등의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보며 외교 관계 수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쿤드 총리는 이와 관련해 이날 "우리는 평화와 치안 회복을 통해 (정부 인정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쿤드 총리의 말과 달리 현지에서는 여성에 대해 여전히 교육, 외출, 취업 등에서 제약이 가해지고 있고 언론 탄압도 이어진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아쿤드 총리가 이날 국제사회의 인정을 직접 촉구한 것은 그만큼 아프간이 절박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프간은 탈레반 집권 후 물가 상승, 실업 폭증, 기근 등으로 인해 경제 질서 붕괴에 직면했다.
특히 최근에는 폭설, 홍수, 지진까지 이어지면서 주민의 고충이 더욱 커졌다.
이처럼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탈레반 정부로서는 국제사회의 인정이 있어야 본격적인 해외 원조, 송금, 동결된 해외 보유자산 해제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프간은 전 정부 시절 공공 부문 경비의 75%가량을 해외 원조에 의존했는데 탈레반 집권 후 상당수 원조가 끊어지면서 병원, 교육 기관 등이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와중에 미국 등 국제사회는 90억 달러(약 10조7천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아프간 정부의 해외 동결 자산도 풀지 않은 상태다.
아쿤드 총리는 "단기 원조는 해법이 아니다"라며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레반이 결성된 남부 칸다하르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탈레반의 최고 위원회인 레흐바리 슈라를 이끌었다. 군사 업무보다는 종교 관련 분야에서 주로 일했으며 탈레반의 1차 통치기 때는 외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맡기도 했다.
탈레반은 향후 공식 정부를 출범시킬 예정이라 아쿤드 총리 등 현재 내각 관료들은 과도 정부 소속의 '대행'으로 여겨진다. 현재 탈레반의 실질적인 1인자는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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