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총리 불신임투표 요구, 정족수 넘어설까…과반 지지 얻어야
초선 의원들 반란 속에 방역규정 해제 등 국면타개용 대책 발표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불신임 투표로 퇴출되느냐 먼저 물러나느냐, 아니면 극적으로 살아남느냐.
'파티게이트' 위기에서 하루하루를 간신히 넘기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운명의 날이 머지않았다는 신호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존슨 총리의 앞날에 관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은 불신임 투표 후 퇴출이다. 보수당 의원 15% 이상, 즉 54명 이상이 평의원 협의회인 '1922 위원회'에 서한을 보내면 불신임 투표가 시작될 수 있다.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날 서한을 보낸 의원이 11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BBC는 지금까지 의원 7명이 서한 발송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BBC는 말했다.
실제 서한을 보낸 인원은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만 알고 있다.
20명 얘기도 나오는 가운데 몇몇은 수 그레이 조사 보고서를 확인하고 결정한다는 입장이라고 한 의원은 전했다. 공무원인 그레이는 코로나19 봉쇄기간 총리실 등에서 개최된 여러 파티에 관해 사실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보고서를 기다려보자는 입장이 많았는데 필립공 장례식 전날 술판이라는 감정을 자극하는 사건과 존슨 총리가 거짓말을 한다는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수석보좌관의 주장이 나오자 의원들이 계산을 다시 해보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커밍스 전 보좌관은 문제가 된 2020년 5월 총리실 파티에 관해 존슨 총리가 경고를 받았으면서도 의회에서는 업무상 모임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고 주장했다.
일간지 더 타임스는 보수당이 의원들을 지역구에 보낸 것이 패착이라고 진단했다. 의원들이 성난 지역 민심을 직접 듣다 보니 존슨 총리에게 더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당 강세 지역인 잉글랜드 북부 '붉은 벽'(red wall) 지역 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날엔 이들을 포함해 초선의원 20명이 회동해서 행동 방향을 논의했다. 한 각료는 이 중 한 의원의 지역구에서 유명한 돼지고기 파이가 나오는 데 빗대서 '돼지고기 파이 음모'라고 불렀다.
이들이 이날 존슨 총리의 의회 총리 질의응답(PMQ) 이후 서한을 제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존슨 총리가 무기명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으려면 절반인 180표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2018년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때는 위원장이 불신임 요구가 기준을 넘었다고 발표하고 바로 투표가 진행됐으며, 메이 전 총리는 당시 과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가디언은 보수당 내부에서 결정을 내리고 총리에게 비공식적으로 은밀히 나가라고 지침을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는 브래디 의장과 회동에서 불신임 투표를 또 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받고 사임 발표를 했다.
BBC 방송은 장관급 각료들은 아직 탄탄한 편이지만 부장관급의 주니어 각료들은 일부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서 승산이 없다고 보고 바로 사임할 수도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현재 존슨 총리 후임으로는 적극적인 재정 지원 정책으로 코로나19 위기를 잘 넘겼다는 평을 받는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과 의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이 거론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수낙 장관은 지난주 존슨 총리가 의회에 출석했을 때 배석하지 않고 반응을 늦게 냈을 뿐 아니라 전날엔 인터뷰 중에 존슨 총리를 지지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옷에 달린 마이크도 떼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
가디언은 그러나 존슨이 통상적인 정치 규칙을 따로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버텨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 에너지 비용 상승 등 생활비 위기에 대응하면서 관심사를 돌리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봤다.
이날 발표 예정인 재택근무 권고, 백신여권 등의 '플랜B' 폐지는 '붉은 고기 작전' 혹은 '큰 개 구하기' 등으로 불리는 존슨 총리 위기 타개 방안의 일환이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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