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김정은, '벼랑 끝 전술' 재개할 듯"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북한이 대미 신뢰 조치를 전면 재고하겠다고 밝히자 외신은 과거 미국과 북한이 살벌한 대치를 이어가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로이터통신은 20일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유예 해제 방침을 밝혔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인용하며 이같은 발표가 북미 관계에 가져올 영향을 분석했다.
가뜩이나 북한은 올해 잇따라 초음속 미사일 등을 시험 발사하며 서방을 자극했고, 미국도 추가 제재로 맞섰다.
통신은 "최근 북한이 일련의 미사일 시험을 강행해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며 "미국의 추가 제재에 북한이 과열된 반응을 보이면서 이른바 화염과 분노 시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화염과 분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서 나온 표현이다. 북미대화가 시작되기 전인 2017년 8월 북한의 ICBM 시험 발사에 발끈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면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은 이후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면서 ICBM이나 핵무기 실험을 유예했지만 2019년 북미회담이 최종 결렬된 이후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윌슨센터의 진 리 연구원은 로이터에 "우리는 북한이 전쟁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위협과 도발적인 시험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이웃 국가들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오랫동안 써 온 '벼랑 끝 전술'을 다시 펼쳐 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극적인 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며,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무기 실험의 수위를 대폭 올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소개했다.
북한이 핵 실험을 다시 한다면 최근 선보인 극초음속 무기에 실을 수 있는 소형 탄두를 만드는 능력을 갖췄음을 보이려 할 것이라고 AP통신은 예상했다.
AFP통신은 이날 북한중앙통신 보도를 인용하며 "북한의 핵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재개 발표는 북한의 유일한 우방인 중국의 베이징올림픽과 남한의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고 짚었다.
일본 교도통신도 북한의 이날 발표를 전하며 "북한과 미국은 최근 2년 이상 직접적인 대화 없이 대치해 왔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와 재제 해제 등과 관련한 사안에선 양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