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 지방정부가 공산당을 탄압한 만주 군벌 장쭤린(張作霖·1873∼1928)을 기념하는 교통카드를 출시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20일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선양성징퉁(瀋陽盛京通)공사와 장스솨이푸(張氏帥府)박물관이 공동으로 전날 장쭤린을 기념하는 교통카드 '다솨이비'(大帥幣) 발행 기념식을 했다.
이 카드는 중국 내 300개 도시에서 지하철과 버스요금 결제가 가능하다.
이 카드 출시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 즉각 비난과 철회 요구가 빗발첬다.
누리꾼들은 마적단 출신으로, 일본군 별동대로 활약하며 만주 군벌로 성장한 장쭤린의 출신 성분을 문제 삼았다.
특히 그가 1926년 일본 제국주의와 결탁해 소련대사관을 급습, 중국 공산당 창립 멤버인 리다자오(李大釗)를 체포하는 등 공산당을 탄압했다며, 리다자오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이라고 꼬집었다.
장쭤린이 1928년 북벌군에게 패배해 베이징에서 퇴각하던 열차의 폭파로 사망한 점을 들어 그의 이름을 딴 교통카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이 카드 출시를 주관한 선양시 문화여유국은 성명을 내 "교통카드 출시를 엄밀히 관리하지 못해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사과했다.
또 카드 출시 책임자 2명을 정직 처분했으며 추가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쭤린은 장제스(蔣介石·1887∼1975)를 구금한 시안(西安)사변을 일으켜 1937년 제2차 국공합작의 계기를 만든 동북 군벌 장쉐량(張學良)의 부친이다.
장쉐량은 공산당에 패망한 국민당 정부와 함께 1949년 대만으로 건너가 13년간 유배됐다 미국으로 가 말년을 보냈다.
작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계기로 중국 내 애국주의 바람이 거세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장쉐량의 이런 행적도 장쭤린 교통카드를 비판하는 여론 형성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p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