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필리버스터 전략 뚫을 상원규정 개정시도 실패
'여당 내 야당' 맨친·시네마 반대…바이든 "상원에 깊이 실망"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민주당이 총력을 다해 추진해온 투표권 확대법안이 당내 소신파 의원들의 반란으로 좌초됐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투표권확대법안은 19일(현지시간) 상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타격을 받았다.
투표권확대법안은 먼저 절차 투표에서 공화당의 전원 반대와 함께 찬성 49표, 반대 51표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곧바로 차후 법안 통과를 위해 필리버스터 규정을 개정하려고 했으나 이 또한 찬성 48표, 반대 52표로 무산됐다.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는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커스틴 시네마(애리조나) 의원이 공화당 의원들과 나란히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절차인 필리버스터가 도입될 때 법안 처리에 필요한 의석을 현행 60석에서 51석(과반)으로 낮추려고 했다.
그 규정이 이번에 개정됐다면 민주당은 자력으로 투표권확대법안을 비롯한 쟁점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을 현격히 높일 수 있었다.
현재 민주당은 친민주 무소속 의석을 포함해 상원 전체 100의석을 공화당과 50석씩 나눠갖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우회할 기준이 과반의석으로 낮아지면 민주당은 찬반 50대50이더라도 당연직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민주)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투표권 확대법안을 찬반 220대203으로 처리해 상원으로 넘긴 바 있다.
투표권확대법안은 민주당이 새해 들어 다른 어떤 법안보다 시급하게 공을 들여온 현안이다.
현재 민주당은 연방의원과 주지사를 대거 교체하고 2024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올해 11월 중간선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주 정부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이 투표권확대법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투표권확대법안은 기존 투표자유법안과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을 하나로 묶은 법안이다.
투표자유법안은 현재 미국 50개주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투표 절차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표준화하는 내용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일부 주 정부는 부정투표를 막는다는 취지로 유권자 신분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규제 때문에 유색인종 등의 투표권이 제약된다며 투표권이 있어도 투표를 못 하는 사태를 막겠다고 주장한다.
법안에는 최소 15일간 사전투표, 전면적 우편투표 허용, 투표일 공휴일 지정 등 투표율을 높일 방안도 담겼다.
별세한 민권 운동가 존 루이스 하원의원의 이름을 딴 투표권 증진법안은 인종을 이유로 투표에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한 1965년 투표권법을 복원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필리버스터 관련 규정 개정에 찬성했으나 이날 소신파 반란으로 좌절되자 "상원에 깊이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투표자를 억압하는 나락에 빠져들지 말자"고 간청했으나 맨친, 시네마 의원을 설득하지 못했다.
반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며 "급진주의가 차단돼 미국에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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