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학적 원인 잠정 결론…규명 안된 20여건은 계속 조사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최근 수년간 해외에 파견된 미국 관료들이 겪은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이 대부분 러시아 등 해외 세력과는 관련 없다는 잠정 결론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CIA는 정부에 보고된 아바나 증후군 1천건의 원인을 조사해 대다수가 환경적인 요인이나 진단되지 않은 의학적인 조건, 스트레스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내놨다.
아바나 증후군은 현기증과 두통, 피로, 메스꺼움, 인지 장애 등을 동반하는 신경계 질환이다. 2016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처음 보고된 뒤 중국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등 각지에서 해외 파견 미 관리를 중심으로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원인불명 질환의 배후로 러시아 등 적대관계인 국가들이 연루설이 제기됐지만, CIA의 중간 결과에서는 해외세력의 연루설이 사실상 배제된 것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정보기관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으며, 다만 결과 신뢰 정도는 편차가 있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NYT는 다만, 미 관리를 인용해 CIA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20여건에 대해서 계속 조사 중으로, 미 관리는 이것이 해외 세력 개입 여부를 밝혀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방부 등도 특정 사건들에 대한 해외 세력 연루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CIA와는 별도로 정보·과학 전문가들로 이뤄진 전문가 패널에서도 보고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기술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미 국방부 일부 당국자는 러시아 연루설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으며, 이들은 러시아의 스파이 기관이 개입한 증거가 있으며 피해자 상당수가 이에 동의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미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은 2020년 보고서에서 극초단파 무기가 피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중간 결과에 대해 수년간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전·현직 관리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CIA의 중간 조사 결과가 해당 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이 될 수 없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성명에서 "일부 의미 있는 중간조사 결과에 이르렀으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조사를 계속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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