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출동해도 받아줄 병원 못 찾아 곤란…일주일 새 4천건 넘어 최다
누적 확진 200만명 돌파…4주새 증가속도 157배↑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다시 의료 대응 체계가 한계점을 향하고 있다.
최근 퍼지고 있는 코로나19의 변이인 오미크론은 앞서 유행한 델타보다 중증화 비율이 낮은 상황이지만 확진자가 워낙 많아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 4주 만에 확진자 증가 속도 157배↑…도쿄 양성률 21%
21일 현지 공영방송 NHK의 집계에 의하면 전날 일본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4만6천199명이 새로 파악됐다. 18일부터 사흘 연속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의 누적 확진자는 20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증가 속도다.
지난달 23일 하루 확진자가 294명이었다. 4주 사이에 감염 확산 속도가 약 157배로 빨라진 셈이다.
문제는 감염된 이들이 집계된 것보다 더 많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도쿄(東京)의 경우 19일 기준 일주일 동안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은 이들 중 21.3%가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전했다.
12일 기준 양성률은 9.7%였는데 급상승한 것이다.
감염됐지만 검사를 받지 않은 이들이 다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 확진자 집계시스템 오류 날 정도…밀접 접촉자 관리 난항
확진자가 너무 많아 집계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후생노동성은 지방자치단체나 의료기관이 코로나19 감염 정보를 입력하는 시스템인 '허시스'(HER-SYS)라는 시스템에서 19∼20일 일부 이용자가 로그인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런 문제는 이틀 모두 오후 시간대에 발생했으며 확진자가 급증하고 이용자 접속이 집중되면서 서버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은 분석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보건 당국은 밀접 접촉자를 관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보건소 업무가 과중해지자 도쿄도(都)는 중증 위험이 낮은 밀접 접촉자에 대해서는 감염된 사람이 밀접 접촉자로 여겨지는 사람에게 직접 연락하도록 하는 등 새로운 대응을 검토하라고 각 보건소에 통지했다.
◇ "젊은이는 검사 대신 임상 진단" 고육지책…응급의료 과부하
의료 당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젊은 사람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검사를 생략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코로나19에 관해 일본 정부에 조언하는 전문가 그룹은 "젊은 층 다수는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가볍고 자택 요양으로 낫는 점을 고려해 검사하지 않고 임상 증상만으로 진단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정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오미크론이 급격히 확산해 의료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 할 우려가 있으니 다른 질병이나 비만이 없는 50세 미만에 대해서는 검사를 생략해 검사·진단으로 인한 의료 기관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폭증하는 감염 의심자를 모두 검사하다가 확진자 치료, 고령자 검사, 코로나19 외 다른 진료 부문까지 마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응급 의료를 중심으로 과부하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구급차가 출동했음에도 환자를 받아줄 의료 기관을 확보하지 못해 곤란을 겪은 사례는 이달 10∼16일 일주일 동안 4천151건에 달해 최다 기록을 깼다.
후생노동성은 코로나19 환자 병상에 코로나19 외 일반 환자를 받아도 된다고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코로나19 병상을 늘렸더니 정작 다른 구급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유연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후생노동성은 5∼11세 아동에 대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21일 승인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일본에서 이 연령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승인한 첫 사례다.
전원이 접종하는 경우 대상자는 약 700만∼800만명이며 이르면 3월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률은 1.4% 수준에 머물고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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