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첫 대선공약] 주식처럼 5천만원 비과세 가능할까

입력 2022-01-23 07:00   수정 2022-01-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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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첫 대선공약] 주식처럼 5천만원 비과세 가능할까
공제금액 250만원→5천만원 상향…주식과 같은 혜택 논란 예상
"주식 투자는 경제에 도움, 가상자산과는 성격 달라"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김유아 기자 = 여야 다수 대선후보가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동시에 내놨다.
주식 투자 소득에 대해 5천만원까지 세금을 매기지 않는 만큼 가상자산에도 같은 혜택을 주겠다는 구상인데, 비과세 한도 상향에 반대하는 의견들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코인도 주식처럼…5천만원까지 비과세·5년간 손실 이월공제 공약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2023년부터 가상자산에 투자해 250만원(기본 공제금액)이 넘는 소득을 낸 사람은 20%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으로 1천만원 차익을 본 사람은 수익에서 250만원을 뺀 나머지 750만원의 20%인 15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때 공제 한도를 올려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여야 다수 대선 후보의 공약이거나 입장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가상자산 공제금액을 주식과 동일한 5천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주식 투자 수익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으로 낸 수익도 5천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도록 기준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윤 후보는 가상자산 과세 시점에 대해서도 '선 정비·후 과세'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과세 관련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것인데, 여차하면 가상자산 과세를 미룰 수 있다는 여지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역시 가상자산 공제금액을 5천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후보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투자 손실분도 5년간 이월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손실 이월공제 도입을 공약했다.
투자자가 특정 연도에 투자 손실을 봤다면 이후 5년 동안 발생하는 소득에서 해당 손실분을 빼고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 투자자가 2023년 비트코인 투자로 5천만원을 잃은 뒤 이듬해 1억원의 이득을 낸다면 이 투자자는 1억원에서 과거 손실 5천만원과 기본 공제금액 250만원을 뺀 4천75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공제금액이 5천만원으로 올라가면 아예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아직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공식 발표하진 않았으나, 지난해 5월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고수익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안 후보는 가상자산 과세 시 주식 양도차익 과세 기준을 참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기본 공제금액 5천만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유일하게 가상자산 공제금액을 250만원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과세도 당장 내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투자자들은 환영·정부는 난색…"가상자산은 주식과 성격 달라"
심 후보를 제외한 대선 주자들의 공약은 결국 가상자산 투자에 주식과 같은 혜택을 주겠다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부분 투자자는 주식과 가상자산을 유사한 금융투자 수단으로 받아들이며, 제도상 혜택도 동일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과거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가상자산 비과세 한도가 주식보다 낮은 것은 '과세 차별'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본적으로 주식과 가상자산을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단순 무형자산이고, 금융투자소득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 금융자금이기 때문에 두 자산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기타 자산에 대한 기본 공제는 모두 250만원이고, 유일하게 금융투자소득만 5천만원까지 파격적인 공제를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공제금액은 주식을 제외한 다른 자산과 형평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가상자산에 추가로 혜택을 줄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실제 국제회계기준상으로 가상자산은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이 아닌 무형자산 또는 재고자산으로 취급된다.

기업 성장에 기여하는 주식 투자와 투기성이 강한 가상자산 투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부로서는 가상자산 시장을 주식시장처럼 특별히 육성할 정책적 근거나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김우철 교수는 "주식시장은 기업이 직접 자본을 조달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 보호 조치 등의 혜택을 준 것인데, 가상자산은 아무리 시장에 돈이 몰려도 생산 부문으로 가지 않는다"면서 "가상자산에 과도한 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에 따라 과세 제도를 갈아치우는 '세퓰리즘(세금+포퓰리즘)' 행태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2030 투자자를 의식한 정치권의 등쌀에 당초 2021년 10월에서 2022년 1월로, 다시 2023년 1월로 이미 두 차례나 밀린 상태다.
여기에 비과세 한도까지 상향하면 대다수 소액 투자자는 앞으로도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공제금액을 올린다고 해서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며 "오히려 정치 논리에 따라 세법상 과세 체계나 정해진 과세 일정을 흔드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 무작정 혜택 주기 전에 가상자산 성격 규정이 우선
다만 가상자산은 자금력이 떨어지는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손쉽게 자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비과세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생활과 동떨어진 국제회계기준이 아닌 투자자 입장에서 선제적으로 금융자산의 해석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양여대 오문성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특허권이나 실용신안 같은 무형자산과 비트코인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국제회계기준은 세월이 가면 변할 수밖에 없고,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자산의 해석을 확장해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에 포함하고, 이를 전제로 공제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가상자산을 어떤 자산으로 볼지가 향후 가상자산 과세 체계 개편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가상자산에 주식과 같은 혜택을 주기 전에 우선 가상자산의 성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ms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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