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총리 유력 관측 속 첫 여성 대통령 나올지도 관심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열세 번째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24일(현지시간) 시작된다.
이탈리아 의회는 당일 상원 320명, 하원 630명, 지역 대표 58명 등으로 구성된 대의원 1천8명을 소집해 투표에 들어간다.
원래는 1천9명이나 상원 의석 한 석이 공석이어서 1천8명이 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자가 격리 중인 대의원들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드라이브-스루 투표소'도 마련된다. 현재까지 격리 중인 대의원 수는 35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 상징성과 실질 권한 모두 가진 이탈리아 대통령
임기 7년에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한 이탈리아 대통령은 국민 통합의 상징이자 헌법 수호자로 종종 언급된다.
다른 내각제 국가와 마찬가지로 평시에는 상징적인 국가원수 역할에 머물지만, 비상 정국에서는 총리 후보자 지명, 의회 해산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작년 2월 취임한 마리오 드라기 총리 내각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산파 역할을 했다.
연립정부 구성 정당 간 정책 견해차로 내분이 일어나 주세페 콘테 총리가 사퇴하자 마타렐라 대통령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인 드라기를 총리로 지명하고 내각 구성 권한을 부여한 바 있다.
이탈리아 대통령은 또 헌법재판소 재판관(15명) 3분 1의 임명권과 함께 의회를 통과한 법률안의 최종 승인권도 갖는다.
◇ 교황 선출 '콘클라베' 연상시키는 선거 방식
이탈리아 대통령 선거는 형식상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와 유사하다.
공식적인 후보자 명단은 없으며 헌법상 50세 이상의 이탈리아 시민이면 누구나 피선거권 자격을 갖는다.
대통령이 되려는 뜻이 있다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게 관례다.
대의원들은 비밀 투표 방식으로 각자 선호하는 인물을 용지에 적어낸다.
지난 선거에서는 축구 스타 프란체스코 토티, 배우 소피아 로렌 등과 같은 대중적인 이름도 등장했다고 한다.
다만, 상·하원 의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의원 구성에서 보듯 사실상 주요 정당의 당론이 투표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1∼3차 투표까지는 대의원 3분의 2(672표) 이상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선출되며, 여기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4차부터는 과반(505표) 득표자를 뽑게 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당선자가 나오기까지 대략 수일이 걸린다. 1971년 6대 대통령 선출 때의 23차례 투표가 최다 기록으로 남아있다.
첫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온 것은 1985년과 1999년 두차례다.
마타렐라 대통령의 경우 2015년 4차 투표 끝에 당선됐다.
◇ 드라기 총리 유력 속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선출 여부 관심
현지 정가와 언론에서는 여전히 드라기 총리를 가장 유력한 당선권 후보로 꼽는다.
작년 2월 취임 이래 좌·우파 정당 그룹이 모두 참여하는 '무지개 내각'을 원만하게 이끌며 정책 능력과 정치력을 인정받은 데다 중립적인 이미지로 이념 성향을 떠나 일선 의원들의 거부감이 적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그가 대통령직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구심점을 잃은 현 내각이 지리멸렬하며 끝내 조기 총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 천거를 망설이는 분위기도 있다.
드라기 총리 외에 하원의장을 지낸 피에르 페르디난도 카시니 상원의원, 이탈리아 헌정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마르타 카르타비아 현 법무장관, 글로벌 통신업체 보다폰 최고경영자(CEO) 출신 비토리오 콜라오 현 기술혁신·디지털전환부장관, 줄리아노 아마토 전 총리 등이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헌정사상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선출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최근에는 정국 안정을 바라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마타렐라 대통령이 연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최소한 현 의회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까지는 직무를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인데 마타렐라 대통령의 퇴임 의지가 강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우파연합의 단일 후보로 지명됐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좌파 정당 그룹의 반대에 부딪혀 출마를 포기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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