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폭동·비리 조사대상 올라…5명 중 차녀, 막내만 빠져
"자녀들 정치 끌어들인 대가" vs "바이든 무능 비판에 대한 연막"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작년 1월 퇴임 후 각종 수사와 조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자녀들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의 비리 의혹은 물론 1·6 의사당 폭동 사건과 관련해 직간접 연루되면서 편치 못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장녀인 이방카는 트럼프 지지층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인증을 저지하기 위해 의회에서 난동을 부린 작년 1·6 폭동 사건의 조사 대상으로 이름이 올랐다.
지난 20일 미 하원의 1·6 폭동 조사특별위원회는 이방카에게 다음 달 중 의회에 출석해 대면 조사에 응해달라고 요청했다.
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폭동을 선동한 의혹을 조사 중인데, 이방카가 당일 트럼프에게 폭력 사태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는 진술 등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측근 2명도 최근 1·6 특위로부터 서류 제출과 함께 내달 초까지 의회 증언에 나서라는 출석 명령을 받았다.
트럼프 주니어 역시 1·6 폭동 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폭도들을 비난하는 공개 입장을 낼 것을 요청하고, 초기 입장 표명이 폭력 진압에 불충분했다는 인식을 내비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방카와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그룹의 탈세 및 사기대출 혐의 조사 대상에 올라 아버지와 함께 뉴욕주 검찰의 소환장까지 받은 상황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차남인 에릭 트럼프는 2020년 10월 원격으로 증언했지만, 대부분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녀들이 불미스러운 상황에 부닥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사업을 자녀들에게 맡기거나 현실정치에 이들을 끌어들인 대가라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한 이후 사업 일선에서 물러선 뒤 그룹 경영 전반을 자녀들에게 맡겼다.
이방카는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백악관 선임보좌관 직을 각각 맡아 백악관 인근에 사무실을 내고 활동했다. 이들은 실세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중요한 일을 많이 맡았다.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 역시 백악관의 정무팀과 아버지를 위한 외부 조언자 역을 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을 포함해 5명의 자녀가 있다. 재임 당시 대학생이던 티파니, 2006년생으로 나이가 어린 배런을 빼면 나머지 3명의 성인 자녀가 모두 어떤 식으로든 아버지의 대통령 업무에 관여했다.
이는 자녀를 현실 정치나 자신의 업무에 끌어들이지 않은 미 대통령의 관행을 깬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미 언론 '워싱턴 이그재미너'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매우 매우 불공정한 상황"이라고 불만을 쏟아내며 1·6 특위에 향해 "매우 사악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무능함에 대한 비판에서 사람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연막을 치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자녀들에 대해서는 "그들은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주장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