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충성에 대한 보상·명백한 이해 충돌" 지적 나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비판적 보도를 하다가 방송연장 허가를 받지 못한 방송사의 TV 채널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운영하는 미디어 기업으로 넘어갔다.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은 필리핀 국가통신위원회(NTC)가 지난 26일 ABS-CBN 방송사의 TV채널 주파수를 다른 미디어 기업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이 기업들은 두테르데 대통령 지지자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TC는 지난 25일 두테르테 지지자로, 정치가이자 기업가인 마누엘 비야르가 소유한 기업에 ABS-CBN의 TV채널 주파수를 내줬다.
NTC는 다음날에는 ABS-CBN이 소유한 또 다른 채널 주파수를 두테르테의 오랜 친구이자 정신적 조언자인 교회 지도자 아폴로 캐리언 퀴볼로이가 소유한 미디어 기업에 넘겼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검찰에 의해 아동 성범죄 혐의로 미국 검찰에서 기소되기도 했다.
NTC는 이 기업들이 운영하는 채널이 ABS-CBN의 채널에 인접해 있으며, 지난 2006년과 2007년에도 관련 신청을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NTC 발표가 나온 직후 ABS-CBN 주식은 지난 18개월 내 가장 큰 폭인 10%나 떨어졌다고 전했다.
앞서 NTC는 지난 2020년 5월 당시 최대 방송사였던 ABS-CBN에 대해 사업 허가 연장을 해주지 않았고, 이에 방송은 중단됐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다는 이유 등으로 ABS-CBN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사업권을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NTC 결정은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ABS-CBN은 이후 다른 TV방송사에서 방송 시간을 구매하거나, 케이블 또는 온라인을 통해 방송을 진행해 왔다.
'언론 자유 및 책임 센터'의 베르겔 산토스 이사는 로이터 통신에 ABS-CBN의 주파수를 이들 기업에 내 준 것은 두테르테에 대해 충성한 데 대한 보상이자, 명백한 '이해 충돌'이라고 지적했다.
산토스 이사는 "오랜 친분을 고려할 때 비야르와 아폴로 퀴볼로이가 두테르테 대통령의 호의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이 채널 주파수를 얻게 됐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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