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화 이전 형질…갯과 동물서 공통으로 나타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치와와나 포메라니안 같은 작은 반려견을 만든 개의 유전자 변이가 인간이 개를 가축화하기 이전인 5만여 년 전 고대 늑대에게 이미 존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개 게놈 프로젝트 연구진은 개의 몸 크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장 호르몬 통제 유전자 주변에서 변이를 찾아낸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저널 발행사인 셀 프레스와 과학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성장 호르몬인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이 개의 크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지난 2007년 밝혀졌지만 이후 10여 년에 걸친 연구에도 가장 작은 치와와에서 가장 큰 그레이트 데인에 이르기까지 최대 40배에 달하는 몸집 차이를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NIH 유전학자 엘라인 오스트랜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30여종의 개는 물론 늑대와 코요테 등을 포함해 1천400여종의 갯과 동물 게놈을 비교, 분석한 끝에 IGF1을 통제하는 유전자 주변에서 변이(IGF1-AS)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 변이의 두 가지 대립 형질을 찾아냈는데 이를 두 개씩 갖고 태어나는 개가 작은 형질만 가지면 15㎏ 미만의 소형견이 되고 반대로 큰 형질만 가지면 25㎏ 이상 대형견으로 성장하는 경향을 밝혀냈다. 두 대립 형질을 모두 가진 종은 덩치가 중간 크기로 나타났다.
이런 상관관계는 개뿐만 아니라 늑대와 여우, 코요테 등 갯과 동물 전체에 걸쳐 나타났다.
또 약 5만3천 년 전 시베리아에 서식했던 고대 늑대의 유전자에서도 발견됐는데 두 대립 형질을 모두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랜더 박사는 "마치 자연이 필요할 때를 위해 수만 년간 주머니에 간직한 듯하다"면서 큰 형질보다 작은 형질이 훨씬 뒤에 생긴 것으로 추정해왔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개는 몸의 크기와 관련된 유전자가 25개에 불과해 수백개에 달하는 인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치와와에서 그레이트 데인에 이르는 개의 다양한 몸 크기를 결정하는 요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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