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레로 재무원장 "올 6월 모든 절차 완료…손실은 이미 반영"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교황청이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영국 런던 고가 부동산의 매각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황청 재정 관리를 총괄하는 재무원장 후안 안토니오 게레로(62·스페인) 신부는 28일(현지시간) 교황청 관영 매체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부동산의) 매도 계약이 체결돼 보증금 10%를 받았다. 오는 6월에 모든 계약 절차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해당 부동산 매매에 따른 손실은 이미 교황청 재무제표에 반영됐다고 부연했다.
매수자와 매도대금 등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작년 11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교황청이 미국계 사모펀드 그룹 '베이인 캐피털'과 부동산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며, 매각 대금은 대략 2억 3천300만 유로(약 3천194억 원)라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 내용이 맞는다면 우리 돈으로 1천6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부유층 거주지인 런던 첼시에 있는 해당 부동산은 교황청이 2014년부터 4년에 걸쳐 총 3억5천만 유로(약 4천792억 원)를 투자해 매입·보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청 관료 조직 '쿠리아'(Curia)의 심장부로 불리는 국무원이 주도한 이 부동산 거래는 교황청의 오랜 병폐인 방만하고 불투명한 재정 운영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며 논란을 불렀다.
특히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베드로 성금'이 투자 밑천이 됐다는 점에서 교계 안팎의 비난 여론이 컸다.
영국 부동산 투자 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인물들은 관련 비리 의혹으로 처벌될 위기에 놓여있다.
바티칸 사법당국은 2년간의 수사를 거쳐 작년 7월 총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여기에는 부동산 매입·운영 과정에서 부당하게 수익을 챙긴 브로커, 거래의 부적절성을 인지하고도 눈감고 넘어간 바티칸 금융감시기관 고위 간부 등이 포함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던 조반니 안젤로 베추(73·이탈리아) 추기경도 횡령·직권남용·위증교사 등의 혐의를 받는다.
이 일은 교황이 교황청 금융·재무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교황은 해당 부동산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뒤인 2020년 12월 국무원의 교회 기금 관리 기능을 박탈하는 행정 문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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