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시리아 사진가 "사실 왜곡에 화난다"…트윗 조용히 삭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입'으로 불리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초래한 참상이라며 공개한 사진이 알고 보니 시리아에서 촬영된 사진인 것으로 밝혀졌다.
31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트위터에 "20년의 전쟁 뒤, 이것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에게 가져준 것"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4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은 폭탄과 총알 더미로 가득한 폐허 가운데 있는 어린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자오 대변인이 이 사진들을 올린 것은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현지인들에게 비참한 결과만을 초래했다는 주장을 펴는 외교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리아 사진작가인 알리 하즈 술레이만은 2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 외교부가 자기 사진을 가져가 썼다면서 이 사진 속의 참상은 시리아 정권과 (시리아 정권을 후원한) 러시아가 초래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되자 자오 대변인은 자신이 올린 트윗을 삭제했다.
술레이만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중국 관리들이 이 사진의 사용 허락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실까지 왜곡해 화가 난다"며 "자오리젠은 이 일 이후 연락해오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3명의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에서도 특히 공격적인 발언과 태도로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민감한 질문이 들어올 때 답변 전에 '흥', '쳇' 같은 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는 등 상대를 비웃거나 무시하는 식의 행동을 공공연하게 하는데 이는 역대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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