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제로 코로나' 정책 붕괴하나…오미크론에 속수무책

입력 2022-01-31 21:44   수정 2022-01-31 21:50

홍콩 '제로 코로나' 정책 붕괴하나…오미크론에 속수무책
지난 27일 역대최다 확진…감염경로 미확인 수두룩
"맹목적 봉쇄 아닌 정책 혁신 필요" 현실적 제안 속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로 홍콩이 그간 고수해왔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붕괴할 상황에 놓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홍콩이 중국처럼 방역 정책을 한층 강화하거나 코로나19와 공존하기를 택한 호주나 싱가포르처럼 강력한 봉쇄정책에서 물러서는 갈림길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인구가 726만명 정도인 홍콩에서는 현재까지 약 1만4천명이 확진, 213명이 사망해 전세계적으로 피해가 작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지난 27일 하루 확진자 수가 16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이달 말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는 위로나 확신을 줄 상황이 아니다"며 "언제든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대규모 지역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홍콩은 최근 전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날에는 신규 코로나19 감염자 81명 중 중 15명의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감염병 관련 정부 자문을 맡는 데이비드 후이는 현재 추적 불가능한 감염 사례가 90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데이비드 오언스 홍콩대 조교수는 "인제 와서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염성이 너무 강하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층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하는 홍콩은 정부가 접종률 확대에 힘쓰고 있다.
람 장관은 "특히 고령층 중심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우린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위한 전제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콩에서 12세 이상 인구 중 최소 1회 접종을 받은 사람은 약 80%에 달한다. 홍콩 정부는 이 수치가 90%까지 올라올 때까지는 현행 규제 완화를 검토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홍콩은 현재 미국과 영국 등 8개국발 여객기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으며, 한국 등 150개국발 여행객의 환승을 금지했다. 또한 오후 6시 이후 식당 내 식사를 금지하고 유흥시설을 폐쇄했다.
등교수업 중단 조치는 내달 21일까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도 내달 17일까지 연장한다.
양로원에 사는 주민들은 백신 접종이 의무화되고 내달 말부터 백신 미접종자는 식당, 헬스장, 술집 등에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의사 람칭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은 특히 고위험군 중심으로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흐름이 좋다"고 말했다. 80세 이상 백신 접종률은 지난달 19%에서 현재 31%로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경제에 부담을 주는 코로나 무관용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현실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 홍콩의학협회 자문위원장 렁치츄는 "홍콩에서는 연쇄감염이 종식되도록 상당 기간 전면 봉쇄조치를 지속할 방법이 없다"며 홍콩이 검사 역량이나 공동체 인프라 등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들이 없으면 우린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니컬러스 토마스 홍콩시티대학교 부교수는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 현실을 넘어 제로 코로나를 추구한다는 결정 때문에 홍콩이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 있도록 혁신적 정책을 만들 여지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미생물학자인 싯다르타 스리드하 홍콩대 조교수는 델타 변이 확산 직전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싱가포르와 달리 홍콩은 덜 치명적인 오미크론 변이가 지배종일 때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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