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분열로 점철된 이탈리아 대선…드라기 내각 순항할까

입력 2022-02-01 08:00  

갈등·분열로 점철된 이탈리아 대선…드라기 내각 순항할까
후보 추천 놓고 좌·우파 정당 그룹간 대립·반목
주요 정당 리더십도 타격…연정 기반 약화할 수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대통령 선거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 재선으로 귀결됐으나 이 과정에서 내각을 구성하는 많은 정당이 적잖은 내상을 입어 향후 정국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대선 8차 투표에서 대의원단(1천9명)의 과반인 759표를 얻어 재선됐다. 이로써 24일 시작된 대선은 우여곡절 끝에 6일 만에 마무리됐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해왔으나 상호 합의 가능한 후임자를 찾는 데 실패한 주요 정당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임기 연장을 결정했다.
8차 투표를 앞두고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직접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한 번 더 봉직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러한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 안팎에서는 드라기 총리와 마타렐라 대통령이 나란히 직무를 유지하게 된 이번 대선 결과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밀라노-비코카대의 조르자 세르게티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에 "마타렐라와 드라기 양대 축을 중심으로 한 균형은 정당 간 합의 가능한 유일한 선택지였다"며 "상정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대선 결과가 나온 뒤 첫 거래일인 31일 밀라노 증시(FTSE MIB)는 1%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고, 대선 투표가 시작되기 전 140bp(1bp=0.01%포인트)까지 벌어진 이탈리아-독일 간 10년물 국채 금리 격차(스프레드)도 123bp까지 축소됐다.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 축소는 이탈리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만큼 우호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이탈리아 정치의 분열 및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많다. 좌·우 정당 그룹이 공동 후보 추천을 놓고 극단적 대치를 이어가며 단 한 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마타렐라라는 최후의 보루가 없었다면 결코 결론이 나지 않았을 선거'라는 비관적 분석까지 있다.

문제는 대선 이후 드라기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향배다. 드라기 총리 내각은 좌·우파 정당 그룹이 모두 참여하는 '무지개 내각'이다. 상호 이해와 조율, 타협이 없으면 국정 수행이 쉽지 않은 구조다.
대선 국면에서 좌·우 정당 간 불신이 과거 어느 때보다 깊어지면서 드라기 내각이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내년 3월 총선을 바라보는 각 정당이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과 대립을 반복할 경우 연정의 기반은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주요 정당이 대선 여파로 분열과 내홍 조짐을 보이는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우선 우파연합 수장인 극우당 동맹(Lega)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 실패하면서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동맹 당수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대선 내내 후보 추천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며 우파연합은 물론 당내에서도 큰 비판을 받았다.
그가 내세운 10명 안팎의 후보는 다른 우파연합 소속 정당의 거부 또는 좌파 정당 그룹의 반대로 모두 버려진 카드가 됐다.

마타렐라 대통령 연임에 줄곧 반대해온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는 막판에 연임 지지로 방향을 튼 동맹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며 더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밝혀 우파연합의 분열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최다 의석을 가진 오성운동(M5S)도 만만치 않은 대선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오성운동 전 당수를 지낸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이 현 당수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독단적 행보를 저격한 게 발단이 됐다. 전·현 당수 간 충돌이라는 점에서 당내 계파 혹은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드라기 총리로서는 총선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연정 구성 정당 사이의 반목과 갈등에 더해 거대 정당 내부의 혼란까지 감수하며 국정을 끌고 가는 이중고를 안게 된 셈이다.
정치평론가인 프란체스코 갈리에티는 로이터 통신에 "드라기 내각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인 '광범위하고 초당적인 지지'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인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무너지면 정국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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