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지난달 말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된 세르조 마타렐라(80) 이탈리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취임식을 하고 2기 업무를 시작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하원의사당에서 진행한 상·하원 합동 취임 연설에서 예상치 못한 책임을 부여받았다며 주어진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보건·경제·사회 위기 극복과 함께 국가 재건을 위한 정치적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임기 동안 정치적 불확실성과 갈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의 초석을 닦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부터 7년간 직무를 수행한 마타렐라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임기 종료 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하지만 주요 정당들이 공동 후보에 합의하지 못하는 정치적 난맥상이 지속하면서 뜻하지 않게 연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대선 투표는 좌·우파 정당 그룹 간 갈등 속에 엿새 동안 집단 백지 투표와 기권 등으로 파행을 거듭하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정당들의 연임 요청을 수락한 29일에야 결론이 났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당시 8차 투표에서 상·하원의원과 지역대표 등으로 구성된 전체 대의원(1천9명)의 과반인 759표를 얻어 재선됐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득표수다.
이로써 그는 전임인 조르조 나폴리타노(96)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 재선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시칠리아 태생으로 헌법학자이자 변호사 출신인 마타렐라 대통령은 1983년 기독교민주당 소속으로 하원 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이래 2008년까지 내리 7선 의원을 지냈다.
정계에 있는 동안 부총리를 비롯해 의회관계·교육·국방부 장관 등 내각 요직도 두루 거쳤다.
2008년 정계에서 은퇴한 뒤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다 2011년 10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돼 공직 생활을 재개했고 4년 뒤인 2015년 열두 번째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는 대통령 재임 기간 온화한 성품과 안정적인 정국 위기관리 능력으로 국민적 존경과 신임을 받았다.
국정 감독관이자 헌법 수호자로 불리는 이탈리아 대통령은 평시에는 다른 의원내각제 국가와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국가수반 역할에 머물지만, 연립정부가 붕괴하는 등의 정국 위기 때는 의회 해산, 총리 후보자 지명, 내각의 장·차관 승인 등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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