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외환 늘리고 달러 의존도 줄여…수입품목 자국산 대체
러시아 은행거래 차단, 첨단기술 수출통제 등은 여전히 위협적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서방의 가혹한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배경에는 이를 감당할 경제적 대응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가해진 서방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 러시아는 이를 교훈 삼아 수년 동안 경제구조 재편에 나섰다.
향후 또다시 있을지 모를 서방의 경제 압박에 대응한다는 목적에서다.
NYT는 러시아의 이러한 움직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중앙은행의 증가한 외환 보유량을 꼽았다.
이는 고립 상태에서도 경제활동과 정부 서비스가 계속 작동할 수 있도록 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NYT는 전했다.
세계 각국은 무역 대금과 부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외화를 비축하며, 이 가운데서도 안정성과 국제 통용성을 갖춘 달러를 선호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처럼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격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를 더 많이 비축한다.
러시아도 2015년 이후 보유외환을 자국 전체 경제 규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천310억 달러(현재 757조2천억 원)까지로 확대했다.
다만 미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달러 중심이던 것을 유로화, 중국 위안화, 금 등으로 다변화했다.
현재 러시아 전체 보유외환 가운데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16%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가 가해질 경우 루블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비축해 놓은 외화를 사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출을 줄여 전체 부채 규모를 외환보유고의 3분의 2 이하로 유지해왔다.
미 컬럼비아대 애덤 투즈 교수는 "이러한 재정적 균형은 푸틴의 러시아가 포괄적인 재정·정치적 위기를 겪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가부에프 카네기모스크바센터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경제 관리들은 자국 경제가 (서방의) 제재에 더욱더 잘 견딜 수 있게 한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NYT는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비해 무역의 방향을 바꾸고 서방 수입품을 자국산 물품 등으로 대체하려는 노력도 해왔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2014년 서방의 제재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유럽산 치즈에 대한 무역 제한을 부과하며 부족분을 자국산 제품으로 대체한 바 있다.
또 석유와 가스 수출에 대한 러시아의 높은 경제 의존도는 때때로 서방이 악용할 수 있는 약점으로 거론되지만, 러시아는 막대한 보유외환 등을 바탕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푸틴 대통령은 체제 유지를 위해 자국의 중요한 정치, 기업인들이 서방의 제재로 금전적 피해 등을 볼 경우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충성심을 유지하는 방법도 습득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구축한 이 같은 경제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이 고려하고 있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 은행 거래 차단, 첨단기술 수출 통제 등은 여전히 위협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특히 달러에 기반한 국제거래에서 러시아 은행을 완전히 차단할 경우 은행의 해외 사업 능력을 완전히 억제할 수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첨단 산업 또는 군용 하드웨어 생산에 차질을 줄 수 있는 기술 수출 통제 방안에 대응하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은 아직 미국 부품을 대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NYT는 전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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