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싸움 가열…우크라 전운·인권탄압 등 쟁점
올림픽 헌장 무색…중러 "스포츠 정신 훼손 말라" 거센 반발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4일 개막을 앞두면서 국제 사회는 링 밖에서 펼쳐질 또다른 대결에 주목하게 됐다.
그간 중국과 대척점에 선 채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이 불을 지펴온 정치적 논쟁거리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불씨는 개막 직전까지도 수그러들 기미 없이 오히려 격화하는 양상이다.
서방국은 겉으로는 중국 내 인권 탄압을 문제 삼고 나섰지만 실제로는 국제 패권을 거머쥐려는 미국과 중국의 예고된 기싸움이 올림픽에서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불거진 정치적 논쟁거리를 둘러싸고 가장 주목할 만한 장면은 개막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선언한 '외교적 보이콧'에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가 가세하면서 개막식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려는 듯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막식 참석을 예고하면서 시진핑 주석과 밀착 행보를 과시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하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개막식 직전인 2일 불참 의사를 확정했고, 중국과 접경지에서 충돌해온 인도도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3일 밝혔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되 정부나 정치권 고위급 인사로 꾸려진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 것으로, 미국은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외교적 보이콧에도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기는 할 것이라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은 중국에서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전운과도 가깝게 연결돼 있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주장하며 일촉즉발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밀착이 어떤 변수가 될지 국제사회가 촉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 기간에는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의 성폭력 폭로 파문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펑솨이와 올림픽 기간 만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펑솨이는 작년 11월 장가오리(張高麗)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돌연 중국 공영 매체에 등장해서는 기존 폭로를 철회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의혹이 커지는 중이다.
체육계 안팎에서는 IOC가 오히려 중국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쇄도하는 상황이어서 이번 올림픽에서 바흐 위원장과 펑솨이의 만남이 의혹을 잠재울지, 아니면 또 다른 불씨를 낳을지 주목된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자국 선수에게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3일 중국의 인권 탄압을 거론하며 "우리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이 경쟁하러 그곳에 갔지만 중국 정부의 화를 부추길 만한 위험을 감수하지는 말라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그들은 무자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각국 선수를 겨냥한 사이버 감시설도 떠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자국 선수들에게 중국으로 떠나기 전 미국에 개인 전화를 두고 대신 임시 전화를 들고 가도록 권고했다.
FBI는 그러면서 올림픽 기간 랜섬웨어 같은 사이버 해킹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일련의 정치적 공방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이 스포츠 정신을 훼손한다고 거세게 반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올림픽의 기본가치를 천명한 올림픽 헌장은 대회장 안팎에서 정치적 요소를 모조리 금지하고 위반 때 제재하도록 한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보낸 기고문에서 "최근 스포츠를 정치화하려는 시도가 강화되고 있지만 이는 올림픽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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