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위험자산에서 안전 투자처로 이동
증시 신용융자·대차거래 잔액 수조원 줄고 MMF·CMA에 돈 몰려
5대 은행 전세대출잔액 감소…정기예금에 12조원 유입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이미령 기자 =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투자에 경고등이 들어오자 국내에서도 시중자금이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와 안전한 투자처로 이동하는 '역머니무브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3일 21조3천38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7천502억원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중순 25조6천억원과 비교하면 4조원 넘게 줄어든 수준이다.
주식 대차거래 잔고도 지난달 12일 70조원 수준에서 지난 3일 68조원으로 2조원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매도 우위로 전환해 이틀간 5천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반면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대기성 자금 성격의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지난달 말 158조원으로 작년 말보다 22조원 넘게 늘어났다.
금융상품을 살 수 있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지난달 말 69조원으로 두 달 새 4조원이 불어났다.
은행권의 경우에도 지난달 대출잔액은 줄고 예금으로 뭉칫돈이 들어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1조3천634억원 감소했다. 전세자금 대출이 1천817억원, 신용대출은 2조5천151억원 각각 줄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투자로 한때 8조원 가까이 늘어나던 신용대출 잔액은 대부분 바로 상환된 것으로 보인다"며 "월간으로 5대 은행 전세대출 잔액이 감소한 건 2017년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정기예금에는 11조8천410억원이 몰렸다.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한 금리 인상 움직임은 전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다음 달을 포함해 올해 최소 네 차례 이상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지난 3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를 25bp씩(1bp=0.01%포인트) 두 번 더 올리면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75%로 높아진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한국은행의 회의록을 보면 금리 인상 조치가 예상보다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금리 인상 시기는 2월 또는 4월 한 차례, 3분기 한 차례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에 투자자들이 목표수익률을 낮추면서 투자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 긴축 속도가 빨라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런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위축과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은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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