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 검사 2번하고 참석한 올림픽 개막식 오성홍기 물결

입력 2022-02-05 06:19  

[르포] 코로나 검사 2번하고 참석한 올림픽 개막식 오성홍기 물결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4일 오후.
기자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각국 취재진과 함께 베이징 국가체육장(일명 '냐오차오'<鳥巢·새 둥지>)에서 진행된 개막식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중국 정부가 외신 기자들에게 '관중' 자격으로 개막식을 관람할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 외국인 없는 관중석 오성홍기 물결…'자여우'(加油)함성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았지만 9만 석에 달하는 냐오차오 관중석의 절반 이상은 동원된 관중들로 꽉 차 있었다.


특히 해외 관중을 받지 않기로 한 결정에 따라 대부분은 중국인이었다.
이들은 오후 7시 25분께 중국의 국민 레저로 불리는 '광장무'(廣場舞)와 함께 사전 공연이 시작되자 자리에 놓인 오성홍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광장무는 공원 등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여러 사람이 단순한 동작의 춤을 추는 것이다.
최근 소음으로 인한 주민 불만이 점점 높아지면서 '천덕꾸러기'가 됐는데, 올림픽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게 된 셈이다.
사전 공연이 끝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세계 정상들과 함께 등장하자 공연을 하던 댄서들이 두 팔을 흔들며 환호성을 보냈다.
경기장을 채운 관중들도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일어나 시 주석을 향해 환호성을 보냈다.
시 주석은 그만 됐다는 듯 한 표정을 지었지만, 환호성은 1분 이상 계속됐다.
중국인들은 이밖에도 오성홍기 게양, 중국 선수단 입장, 개회 선언 등 자국과 관련된 순서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지르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91개 참가국 선수단 중 마지막으로 입장한 자국 선수단을 향해서는 '자여우'(加油·힘내라)를 외치며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관중들은 '차이니스 타이베이'로 불리는 대만 선수들의 입장에도 큰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전광판 속 대만 선수들은 굳은 표정이었다.
잠시 뒤 시진핑 주석이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대회의 개막을 선포한다"며 축제의 시작을 알리자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으며 잔치 분위기를 북돋았다.


일부 관중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오성홍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자원봉사자들은 관중들을 향해 '신녠콰이러'(新年快樂·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새해 인사를 보냈다.
개막식이 끝난 뒤 만난 한 중국인은 기자에게 "내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중국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고, 이번 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우리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초강력 방역정책 축소판 체험
개막식을 관람하러 가는 길은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초강력 방역정책이 그대로 적용됐다.
먼저 개막일을 기준으로 2주 동안 베이징을 벗어난 적이 없어야 하고, 행사 이틀 전부터 하루에 한 번씩 코로나19 핵산(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을 두 차례 모두 접종해야 하고, 2차 접종을 한 지 6개월이 지난 사람은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맞지 않는 사람은 개막식 입장이 불가능하다.
개막식 당일의 절차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미디어센터가 있는 베이징국제호텔 앞에 집결한 뒤 버스로 인근 공원으로 이동해 보안 검색과 소지품 검사를 한 뒤 새로운 버스를 탔다.
'버스를 갈아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당국의 결정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버스로 냐오차오 입구에 도착하자 또다시 두 개의 검색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검색대는 안면인식 방식. 검색대를 걸어 통과하기만 하면 사진과 함께 사전에 등록한 각종 정보가 모니터에 나타나는 방식이다.


검색대를 통과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검색대 3곳과 소지품 검사까지 무사히 통과하고 나서야 오후 5시께 냐오차오 관중석 2층에 앉을 수 있었다.
베이징 중심부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냐오차오까지 오는 데 5시간 이상 걸린 셈이다.
관중석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고려한 듯 한 자리씩 떨어져 앉는 형태였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옆자리 기자와 대화를 하거나 간식까지 먹은 것을 생각하니, 중국의 초강력 방역정책의 허점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났다.
개막식은 끝났지만 개막식을 직접 관람한 수만 명의 관중에게는 아직 2번의 핵산검사가 남아있다.
중국 당국은 관중에게 개막식 이후 24시간 내 1회, 7일 내 1회의 추가 핵산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또 일주일간은 많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고도 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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