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호주 방문해 쿼드 회담…미 언론 "중국 영향력 확장 저지"
하와이선 한미일 회담…대미 압박 높이는 북한 대응용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극심한 갈등을 빚는 와중에 중국 견제, 북한 미사일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작년 말부터 미국의 외교적 자원이 온통 유럽에 투하된 형국이지만 최우선 순위인 중국 견제 등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오는 9∼12일 호주를 방문해 일본, 호주, 인도와 '쿼드'(Quad) 외교장관회담을 한다. 이 기간 각국 외교장관과 양자 회담도 예정돼 있다.
이후 섬나라 피지를 방문한 뒤 인근 18개국 지도자들을 초청해 기후변화, 해상안보 문제 등을 논의한다. 미 국무장관의 피지 방문은 1985년 이후 처음이다.
블링컨 장관은 하와이로 이동해 12일 한국, 일본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정의용 외교장관과는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순방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인도태평양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는 지적 와중에 이뤄지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최근 칼럼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우선순위를 아시아로 전환하려 하지만 유럽에 초점을 맞추도록 강요당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며 러시아가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망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긴은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이 중국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추구한다며 시 주석의 손에 놀아나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번 순방 목적의 1순위는 중국 견제, 또 이를 위한 동맹,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로 보인다.
쿼드가 대표적이다. 중국 협공을 위해 인도태평양 4개국이 참여하는 쿼드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정상 협의체로 격상될 정도로 미국이 공을 들인다. 작년 미국 주도로 첫 화상회의에 이어 오는 5월에는 일본에서 대면 정상회의까지 열린다.
이번 순방은 최근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성사된 중·러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두둔하는 입장을 보일 정도로 양국 간 밀월 관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성사된 것이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순방에 대해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위기에 초점을 맞추지만 중국을 의제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장 저지가 미국의 최고 우선순위에 있음을 확인하려는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북한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4월 외교에 초점을 맞춘 새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고 북한과 대화를 촉구하지만 호응을 얻지 못한 상황이다.
북한은 오히려 새해 들어 7차례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고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재개 엄포까지 놓으며 대미 압박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아시아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외교장관과 회담까지 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 역사 문제로 갈등을 반복하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독려해 한미일 3각 협력 구도를 복원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해석된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위협 대응이 여전히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한국, 일본 등 동맹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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