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서울 청약 경쟁률 작년의 5분의 1 수준…당첨 최저점 6점↓
미계약 늘고 무순위청약 인기도 시들…분양가 낮추려는 단지도 등장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뜨겁게 달아올랐던 아파트 청약 시장이 작년 말부터 한풀 꺾이더니 새해 들어서는 냉기마저 감돌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압력으로 매매 시장의 거래가 급감하며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장을 마감한 것처럼 청약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수도권 청약경쟁률 작년 31대 1→올해 1월 17대 1
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15.5대 1로, 지난 한 해 평균(19.7대 1)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경쟁률은 31.0대 1에서 17.4대 1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폭등했는데 최근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청약 시장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으로 인해 수도권의 청약 수요가 분산되는 점도 경쟁률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 기간 서울의 경쟁률은 164.1대 1에서 34.4대 1로 떨어졌다. 작년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셈이다.
올해 첫 서울 분양이자 지난달 유일한 단지였던 서울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미아3구역 재개발)의 당첨 가점은 최저 54점(전용면적 38㎡B형)이었다.
이는 지난해 서울아파트 청약 당첨 최저 가점 평균인 60점보다 6점이나 낮은 것이다.
청약 가점 만점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더해 총 84점이다.
이 단지에서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는 전용 84㎡·112㎡ 주택형의 당첨 최저 가점은 56∼58점으로 모두 50점대를 기록했다.
반면 가격이 9억원 미만인 전용 51㎡·59㎡ 주택형의 당첨 최저 가점은 60∼66점으로 60점대를 나타냈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지 않는 소형에 고점자가 몰린 것이다.
올해부터는 중도금뿐 아니라 잔금 대출 시에도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됨에 따라 청약 대열 이탈 현상이 가속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청약 시장은 예년처럼 열기를 보이긴 어려울 전망"이라며 "새해부터 모집 공고를 받는 단지들은 잔금대출 시 DSR 규제를 적용받고,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 수요자들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 외곽부터 하락하는 초기분양률…'줍줍' 물량도 증가세
민간 아파트 초기분양률(분양 후 3∼6개월 내 계약 비율)도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작년 말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초기분양률은 분양 개시일 이후 경과 기간이 3개월 초과∼6개월 이하인 사업장의 총 분양 가구 수 대비 계약 체결 가구 수 비율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택 분양보증서와 입주자 모집 승인을 받아 분양한 30가구 이상의 전국 민간아파트가 조사 대상이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전국 민간아파트 초기분양률은 93.8%로, 같은 해 2분기(98.3%)와 3분기(97.9%)에 이어 두 분기 연속으로 떨어졌다.
작년 3분기에 초기분양률이 처음으로 100.0%를 기록한 수도권의 경우 4분기에 서울은 100.0%를 나타냈지만, 경기와 인천이 각각 99.9%, 91.1%로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는 99.2%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지방 5대 광역시(대전·대구·울산·부산·광주)와 세종은 94.4%에서 92.3%로, 기타 지방 7개도(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는 97.8%에서 90.7%로 각각 하락했다.
이 기간 지방 광역시에서는 대구가 90.7%에서 82.7%로 떨어져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고, 기타 지방에서는 전남이 100.0%에서 55.8%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서울 외곽과 지방을 중심으로 미계약이 발생하면서 분양 완판(완전 판매)은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계약 포기나 부적격 청약 당첨으로 계약자를 찾지 못한 가구에 대해 청약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무순위 청약 물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적으로 무순위청약 물량은 작년 10월까지만 하더라도 1천가구를 밑돌았지만, 대출 규제 여파로 시장이 급랭하기 시작한 같은 해 11월(1천31가구), 12월 1천160가구, 올해 1월 1천332가구로 석 달 연속 1천가구 이상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였다.
무순위청약은 '줍줍'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경쟁률이 최고 수만대 일까지 치솟으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인기가 확연히 시들해졌다.
전체 분양 물량의 35%가 미계약된 뒤 최근 무순위 청약을 받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자이더스타'의 경쟁률은 9대 1에 그쳤다.
청약시장의 열기가 식자 청약통장 가입자 증가 폭도 줄고 있다.
월별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해 8월 10만3천728명, 9월 9만7천117명, 10월 6만1천262명, 11월 4만1천255명, 12월 1만7천872명으로 4개월째 감소세다.
시장 상황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서울에서는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가를 낮춰 공급 재추진에 나선 단지도 등장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강북종합시장을 재정비해 216가구를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지난달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가를 재산정해 이달 중순께 다시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 단지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대출이 어려운 주택형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평균 분양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dfla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