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차 디젤게이트' 부당 표시·광고 제재 마무리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수입차 판매 1위 사업자인 메르세데스벤츠가 경유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 성능을 속여 표시·광고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6일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인 메르세데스벤츠 악티엔게젤샤프트(Mercedes-Benz Aktiengesellschaf) 등 2개사에 과징금 총 202억4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향후 금지명령 및 공표 명령도 함께 내렸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벤츠의 경유 승용차 15개 차종에는 극히 제한적인 인증시험환경이 아닌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인 '선택적촉매 환원장치'(SCR) 등의 성능을 저하하는 불법 소프트웨어(SW)가 설치돼 있었다.
SCR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변환시킨다.
하지만 불법 소프트웨어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 환경(엔진 시동 후 약 20∼30분 경과 시점, 실도로 주행)에서는 SCR의 요소수 분사량이 크게 감소해 질소산화물이 허용기준의 5.8∼14배까지 과다하게 배출됐다.
그런데도 벤츠는 2013년 8월∼2016년 12월 메르세데스벤츠 매거진, 카탈로그, 브로슈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사의 경유 승용차가 질소산화물을 최소치인 90%까지 줄이고,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광고했다.
2012년 4월∼2018년 11월 경유 승용차 내부에 부착한 배출가스 표지판에는 '본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 및 소음진동관리법의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되었습니다'라고 표시했다.
벤츠 측은 국내 승용차 주행의 90% 이상이 주행 시작 후 30분 이내에 종료되므로 30분을 초과하는 주행을 일반적인 주행 조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30분 이상 주행이 하루에 400만건이 넘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SCR이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줄인다'는 것은 학계와 산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능이며 이에 대해 전형적인 문구를 사용해 광고했을 뿐이라는 벤츠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최고라는 인상을 주는 표현은 단순한 기술소개나 이미지 광고를 넘어서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과 신뢰감을 주게 되고, SCR 성능을 저하하는 SW를 의도적으로 설치해놓고 이를 숨기고 자사 차량이 SCR의 이론적 최대성능을 구현한다고 광고한 것은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벤츠의 이 같은 임의 설정은 불법 프로그램 설치를 금지하고 있는 대기환경보전법에도 위반되므로 '대기환경보전법에 적합하게 설치되었다'는 표시·광고도 거짓이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또 법정 시험방법에 따른 인증내용이 사실과 다를 거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점, 수입차 판매 1위 사업자인 벤츠의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소비자 오인 효과가 더 컸을 것이라고 봤다.
공정위는 이번 벤츠 제재로 국립환경과학원과 환경부로부터 '2차 디젤게이트'로 적발된 5개 수입차 회사들의 배출가스 저감 성능 부당 표시·광고 행위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판매하는 아우디폭스바겐에 과징금 8억3천100만원을, 피아트와 지프 등을 판매하는 스텔란티스코리아에 과징금 2억3천1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이후 한국닛산에 과징금 1억7천300만원을 부과하고, 포르쉐코리아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문종숙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벤츠의 과징금이 유독 많은 이유에 대해 "관련 매출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해서 과징금을 정하는데 벤츠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광고가 많고, 거짓 광고 지속 기간이 길어 부과기준율이 높았다"며 "벤츠가 워낙 우리나라에서 차를 많이 팔아 관련 매출액도 많았다"고 말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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