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자로 변신한 중국 지방정부…'허페이 모델' 주목

입력 2022-02-07 11:53   수정 2022-02-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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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자로 변신한 중국 지방정부…'허페이 모델' 주목
허페이시, 니오·BOE 지분투자로 수익 올리고 일자리 창출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중국에서 지방정부가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 등에 대한 소수지분 투자로 큰 이익을 거둔 '허페이 모델'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에서 '테슬라의 라이벌'로 꼽히는 니오는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새로운 벤처투자자에 눈을 돌렸다. 바로 중국 지방정부다.
중국 동부 안후이(安徽)성의 성도인 허페이(合肥)시 정부는 니오의 핵심사업 지분 17%를 50억위안(약 9천4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니오는 주요 경영진의 근무 장소를 상하이에서 허페이로 옮기고 허페이에서 차량 생산을 늘리기 시작했다.
중앙정부와 안후이성 정부도 니오에 소액을 투자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민간기업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해 기업 혁신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허페이의 사례는 이와 다르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니오는 2021년초 처음으로 이익을 냈고 그해 9만대 넘는 전기차를 팔았다. 허페이 정부는 지분을 이용해 통제력을 행사하는 대신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니오의 주가가 급등하자 지분을 대부분 처분해 5.5배의 수익을 올렸다.
위아이화 허페이시 당서기는 지난해 6월 TV에 출연해 니오 창업자 리빈(李斌)을 포함한 기업가들 앞에서 "우리는 니오에 투자해 인정사정없이 돈을 벌었다"면서 "정부를 위해 돈을 버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인민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페이는 지방정부가 민간기업의 소수지분을 취득하는 최근 몇 년 새의 변화를 이끌었다.
'허페이 모델'은 경제성장 면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난다. 2011∼2020년 허페이의 국내총생산(GDP)은 120%가량 늘어 중국의 다른 어느 도시보다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허페이는 반도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등 분야의 수십 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경제 규모를 2배로 키우려 하는데, 허페이 모델과 이를 본받으려는 다른 도시의 노력은 이 야망을 실현하는데 결정적일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허페이 모델의 첫 성공 사례는 디스플레이업체 BOE에 대한 투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BOE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허페이는 지하철 1호선 계획을 취소하고 그 대신 BOE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이 회사가 허페이에 공장을 짓는 조건이었다.
2011년 허페이의 BOE 지분은 18%였고 그 뒤에도 허페이는 BOE에 대한 투자를 계속했다. BOE는 허페이에서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허페이가 매년 1천억위안(약 18조8천억원) 넘는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거점으로 자리 잡게 했다.
셰창타이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중국 국가기관이 투자한 민간기업 수가 10년 만에 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한 국유기업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정한 민간기업도 아닌" 회사가 많아졌다면서 "이런 '회색 지대'가 오늘날 중국의 지배적인 기업구조"라고 말했다.
지난해 합계 43만5천대를 판매한 중국의 6대 전기차 스타트업을 보면 지방정부가 소수지분 투자자로 있는 회사가 5곳이다. 이런 투자는 지방정부 소유 기업들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셰 교수는 "30년 전 국유기업들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물건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벤처캐피털 회사에 가깝다"고 말했다.
기업가들에게 지방정부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신규 공장이나 사업 허가를 받고 정부가 지배하는 금융 시스템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쉬워진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어느 정도 정치적 보호도 받을 수 있다.
셰 교수는 지방정부의 투자를 받은 '하이브리드' 기업들이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을 도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공의 열쇠는 기업가들이 중요한 사업 결정을 계속 맡으면서 지방정부의 정치적 지시가 아닌 시장에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거대 국유기업과 산업 보조금 정책 등으로 나타나는 '국가자본주의'의 힘을 우려해왔지만, 중국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것은 정부 소수지분 투자를 받은 민간기업이라는 사실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멕 리스마이어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의 구별은 외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중국 경제를 분석하는 데 중요했다"면서 "그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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